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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 용 / 보 / 기
글작성자
  lakemoon 2003-03-04 10:49:52 | 조회 : 2078
제        목   고물장수 할아버지 오던 날
파일   #1
   yes5.gif (41.3 KB) Download : 98

[2001.3.21 흑백 사진속의 풍경]

최-
오늘은 말씀 드린대로 "흑백사진속의 풍경"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인데요.......
나이는 젊지만......영감 못지않은 소영선씨는
눈을 지긋이 감고 감회에 젖을 수 있는...
아주 행복한 시간이이라면서요?
오죽하면...그 나이에 소영감 소리를 듣겠어요......

소-
그래요? 제가 그런 놈이예요?.....참 별일 이군요....
저야 뭐.... 아직도 살아 갈 날이 많은 어린 놈이지만....
30대, 40대, 그리고 그 이상 되신 분들께는....
정말 그렇게 향기로운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
그래서요....소영감님~ ....
오늘은 어떤 얘기를 들려주실 건데요?

소-(할아버지처럼)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담배피우던 시절이었에요~
그리구...담배 피우는 호랑이 옆에서....
수염이 허~연 염소가....
'메헤헤헤~ 나 염소! 너 호랑이?
  떼끼 이 눔....턱에 수염도 안 남 눔이 무슨 담배를 피워!'
하고 혼을 내고 그랬던 옛날이었에요....

최-(할머니처럼)
"에구 에구...소염감~ 무슨 얘기를 그렇게 유치하게 시작하우~"

소-(정색을 하며..)
그렇게 유치하게 들려요?

최-
라디오 끄고 싶어요......

소-
그 정도예요?
그러면....제 수준에 맞게 다시 말씀 드리죠.....
"로옹 로옹 타임 어고우.....
아이 엠 어 보이, 유아 어 걸....."

최-
제발 닥치지 못하시겠습니까?

소-
그래요...오늘 제가 생각해도 참 유치하네요....
오늘은 고물장수에 얽힌 추억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고물장수'란 말만 듣고도....
벌써부터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 많으실 거예요....
물론...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최-
아~ 그러니까.....옛날에는
콩고물, 팥고물, 녹두고물 같은 떡고물만 파는 장사꾼이
따로 있었군요....
그래서...어느날....
어린 영선이 어머니께서....영선이 한테....
"얘야~ 너 장에 가서 떡고물 좀 사오거라" 하셨는데....
영선이는 장에 가서 고물장수를 찾다가....길을 잃어버려서....

소-
최형우씨....
내가 예전에 그런 말 안했어요?
최형우씨는 다 나쁜데.....
그렇게 말도 안되는 소설 쓰는 버릇이 더 나쁘다고......?

최-
글쎄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들어 왔던 얘기라고는...
"애..너는 어쩜 얼굴도 예쁜애가...그렇게...공부도 잘 하니...."

소-(무시하면서)
옛날 고물장수를 기억하실겁니다....
우리 국민 모두.....한결같이 못살고 배고프던 시절.....
자동차도 하루 종일 몇대 지나가지 않아서....
세상이 온통 조용하던 시절.....
그 시절 목청 큰 사람이 소리를 지르면....
십리밖까지 간다고 할 정도로 한 낮에도 적막했었는데요...
아이들이 입이 궁금해 질 무렵이면.....
고물장수 할아버지가 동구밖에서도 내는 양철가위 소리가
온동네 아이들이 다 들을 만큼....참 멀리도 퍼져 나갔습니다.

최-
그러면....
떡고물 파시는 분이.....
직접 마을로 찾아 다니셨어요?
와~ 굉장히 공격적인 경영을 하셨군요...
"떡고물 사이소~ 떡고물이 왔어요~"..............

소-
청취자 여러분...
어린애가 하는 철없는 얘기는 그냥 무시해주시죠.
저 동구밖에서....고물장수 할아버지의 가위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마음이 분주해집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쥐약먹은 강아지처럼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면서
마구 쑤셔댑니다.

최-
하긴....부모님들은 다 논밭에 나가시고 안계시니까....
부모님이 어디 계신지 찾아 다닐 수 밖에 없었겠죠....
"엄마~ 떡고물 장수 왔어요~"하고 소리 지르면서..."

소-
네...참으로 멍청한 말만 하시는군요.
제발 계속 닥치고 계시지 않으시렵니까?
고물장수가 마을에 왔다 싶으면....
온 동네의 아이들은.....온 집안을 뒤집니다.
그것도 도둑고양이처럼 아주 숨을 죽여서........
왜냐하면...
부모님 몰래...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소풍가서 보물찾기를 해도
아마 그렇게 필사적으로 찾아나서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들은....
고물장수 할아버지의 리어카에 실린
하얗고 달디 단 엿과 구수한 옥수수 강냉이를 떠올리면서....
눈이 거의 촛점이 풀리곤 했습니다.

최-
아~ 고물장수~....고물을 주고 엿을 바꿔먹었다는
옛날 얘기는 저두 알죠.....동화책에서 읽은 적 있어요....
그 얘기를 뭐 그렇게 이상하게 하세요?

소-
고물장수 할아버지가 가지고 다니는 엿이나 강냉이를 먹으려면
대신 값을 치러야 했는데....
그 당시는 다 떨어진 고무신이나....구멍난 냄비, 깨진 가마솥,
6.25 전쟁때 사용했던 총알이나 포탄 같은 거였습니다.
아...그리고
헌책이나....병 종류....그 외 잡다한 여러가지도
같은 것도 받아가셨죠...

최-
엿이나..강냉이가 몇 푼이나 한다고 그 난리를 쳤을까요?
돈을 주고 사먹고 말지.....

소-
최형우씨....
3-40년 전에 10원이 얼마나 큰 돈인 지 모르죠?
그러면....1원짜리 동전은 보셨어요?
그 때는 1원도 얼마나 큰 돈인데요.....
아이들이 돈이 어디 있습니까?
헌 물건 팔아다가....엿바꿔 먹고 그래야죠....

최-
그럼 엄마한테 달라고 하면 되지...뭐....

소-
그래도...어쩌다 집 한구석에서....
빈병이나...헌 신발짝이라도 발견하면...
그 날은 수지맞는 날입니다....
그런데...아무리 뒤져봐도....아무것도 없을 때
그 아이는 동네 친구들이 약올리면서 먹는 엿을....바라보며...
그저 애꿎은 침만 삼켜대야만 했습니다.
어느 봄 볕이 따뜻한 봄날 .....
철부지 고길동이는....
혼자 집을 보고 있는데....
오랫만에.....엿장수 할아버지의 가위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최-
고길동 어린이....또 사고 치는구만....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더니.....제 버릇 개 안준다고 하더니만....
그 때 부터...뻔하지 뭐.....

소-
고길동....
아무리 뒤져봐도....
고물장수 할아버지가 받아줄 만한 물건이 없더랍니다.....
급기야....눈이 뒤집힌 고길동....
그 때도 흥분하면...콧구멍이 심하게 벌령거렸다느데....
콧구멍을 아주 심하게 벌렁거리면서 사고를 칩니다.
자물쇠로 잠궈 놓은 창고문을 열기 위해서....별 짓을 다합니다.
그래봤자...지가...전문 금고털이범도 아닌데....
당시로서는 용한 도둑도 열지 못한다는 ...
USA가 선명하게 찍힌 자물쇠를....열기 위해서....
도끼를 집어 듭니다....
그리고 그 도끼로 자물쇠를 부쉈는지...문을 부쉈는지는 모르지만...
창고문을 열고 들어가서....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물건 몇가지와 엿 몇조각을 바꿔먹었답니다.

최-
그 다음은 말 안해도 알겠네요....
죽도록 맞았겠죠....?

소-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고길동씨는 엿 비슷하게 생긴 것만 봐도
눈이 돌아가면서 경기를 일으킨답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 고길동씨만이 아닐 거예요....
참 배고프던 그 시절을 살아 온 누구나....한 번쯤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최-
그렇겠네요....
어느날 갑자기....아버지의 검정 고무신이 사라지거나.....
할머니의 털신도 종적을 감추고.....
무서운 아버지한테
신발 물어다가...어디에 감췄다는 누명을 쓴 누렁이가 .....
아무 죄도 없이 밤새 부지깽이로 매를 맞다가 몸져 누웠는데......
그 뒤 그 누렁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몇일 뒤에 그 집에서는 보신탕 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는 전설을
듣은 적이 있어요...

소-
최형우씨 아버님 얘기죠?
참 잔인한 얘기네요....

최-
소영선씨가 해준 얘긴데...기억을 못하시는 군요....

소-
그랬습니까?
..........
하여간.....고물장수 할아버지의 가위소리.........
지금은 유원지나...관광지에 가서나....
가끔 들어보는데요....
요즘의 가위소리는 그 옛날 가위소리와는 많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굉장히 화려하고 신이 나기는 한데....
그 옛날의 정겨움이나 운치는 느껴지질 않죠.....
비록 서툰 가위소리지만.....
인정만큼은 넘치던 그 옛날의 가위 소리....그리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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