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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 용 / 보 / 기
글작성자
  lakemoon 2003-03-04 15:32:53 | 조회 : 1906
제        목   개울을 막아 고깃살 놓던 기억
파일   #1
   go7.gif (114.5 KB) Download : 100

[2001.8.1 흑백사진속의 풍경]

소-
6,70년대의 개울을 기억하시는지요?

최-
아니요?....전 그 때...세상에도 없었는 걸요.

소-
그 시절 마을 앞을 감아 흐르던 그 개울은 참 맑고 깨끗했습니다.
개울에 나가서 세수하고 그 물로 이도 닦고.....
그 물을 떠서 밥을 지어 먹어도 될 정도로 정말 맑았죠.
장맛비가 내려서 잔 뜩 불어난 개울물이
개울가에 있던.... 각종 쓰레기들을 싹 청소하고 나면.....
개울은 더욱 깨끗한 얼굴로 동네 개구장이들을 맞곤했습니다.

최-
당시 꼬마 쇼영션이는 수영복도 안입고 옷을 홀라당 벗고 개울물에 들어가
미역을 감았죠.
꼬마 고길동도 여름이면 집앞을 흐르는 개울에 가서 살다시피 했는데요.
그 양반은 부끄럼이 많아서 옷은 입고 멱을 감았대요.
하얀 색 팬티만 입은 꼬마 고길동....

소-
누런 색 아니었어요?

최-
그건 제가 직접 보질 않아서 잘 모르지만....
기록에는 하얀 색이라고 돼 있네요.
한 번은 바위에 올라가 다이빙을 하다가
물속에 있던 돌을 강하게 들이 받고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기기도 했지만.....
눈물 두어 방울 찔끔 흘리고....계속 물놀이에 열중합니다.
입술은 시퍼렇게 되고 손바닥 발바닥이 쭈글쭈글 해져도....
아이들은 절대 물에서 나오질 않습니다.

소-
당시 어느 개울이나 징검다리가 있었습니다.
황순원님의 소설 "소나기" 속에 나오는
윤초시네 손녀 딸이 앉아 물장난을 하던 그 징검다리....
큰 비가 오면 물속으로 잠겨 버려서.....
바지를 허벅지까지 걷어 올리고 첨벙첨벙 건너야 했습니다.
개울가 풀섶에서는 개구리 일가가
태평스럽게 "개울~ 개울~ 개울~"울곤 했죠.

최-
개구리는 개굴개굴하고 울지 않나요?

소-
개울가 개구리는 "개울 개울 개울" 하고 울어요.

최-
꼬마 고길동은 윤초시네 손녀딸 처럼 징검다리에 앉아
물끄러미 개울속을 들여다 보곤 했습니다.
쪼르르 쪼르르 몰려 다니는 송사리 떼를 잡으려고....
검정 고무신을 벗어 들고 간혹 물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커다란 붕어가 유유자적 지나가고.......
모래무지는 참 방정맞게 모래를 휘젖기도 합니다.
성질 급한 날피리는 눈부신 은비닐을 뽐내려고....펄쩍 펄쩍 뛰어 오릅니다.
붉은 빛이 화려한 불거지는 날피리 못지 않게 급한 성질을 드러내며
"따라 올테면 따라와봐"이러면서 황급히 헤엄칩니다.

소-
그리고....그 개울에는 외눈박이 물고기가 살았답니다.
꼬마 고길동 갑자기 시상이 떠올라 공책을 꺼내 들고 적어 내려갑니다.

최-(꼬마 고길동)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

소-
꼬마 고길동.... 시도 참 잘씁니다.

최-
그거...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예요.
무슨 고길동이 그렇게 잘 썼겠습니까?
표절한거지...

소-
듣고보니....그렇군요...
당시의 동네 개구장이들은 그물이 없어도 물고기를 참 잘 잡습니다.
물고기가 숨어있는 돌을 살금살금 두 손으로 감싸고
서서히 포위망을 압축하면....두 손에 물고기가 들어 있습니다.
주로 좀 둔한 물고기들이 그렇게 생포되곤 했죠.
물고기 잡기는 밤이 되야 더욱 재미가 있었습니다.

최-
동네 아저씨들은 헌 옷가지나 솜으로 횃불을 만들어....
석유 한 깡통을 들고 개울로 나갑니다.
밤이면....물고기들이 졸고 있느라고.....물위에 둥둥 떠 있는데
그런 물고기들은 그물로 건져올리기 쉬웠습니다.
한 양동이쯤 잡으면....개울가에서 즉석 아궁이를 만들고 솥을 걸어
매운탕을 끓여 먹었던 거죠.
물론 말걸리.....막소주....이런 것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소-
하지만 비위가 약한 길동이는 민물고기를 먹지 못합니다.
힘들게 잡아서 닭장에 넣어주는 게...고작이었습니다.
덕분에 길동이네 닭들은 투실투실 살집이 좋았습니다.
과수원집 튼아들 길동이는 외딴집에 살기 때문에...
밤에 물고기를 잡아도 동네 아이들과 어울릴 수가 없었습니다.

최-
길동이는 하루 종일 개울을 막고 있습니다.
개울가부터 돌을 쌓습니다.
개울 양쪽 끝에서 V자 모습으로 돌을 쌓아
개울 복판 쯤에 고깃살을 놓기 위해섭니다.
고깃살은 널판으로 짓사각형의 상자를 만들어
상자 밑에는 가느다랗고 촘촘한 철망을 댑니다.

소-
그 고깃살을 놓기 위해서....길동이는 점심도 거르면서 돌을 쌓았습니다.
이윽고 초저녁이 돼서야 V자로 개울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에 고깃살을 놓고....집으로 돌아 옵니다.
마당에 멍석을 깔고 저녁을 먹은 후에.....
길동어머니의 뻔한 옛날 이야기를 듣다 말고.....
길동이와 그 동생 길길이는
손전등과 양동이를 들고 서둘러 개울로 나갑니다.
고깃살에 엄마나 많은 물고기들이 들어와 있을까?
어린 가슴은 콩닥콩닥 설렙니다.

최-
한가하게 잠을 즐기던 물고기들은
갑자기 폭포밑으로 추락하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이상한 나무상자에 같혔을 겁니다.
정말 천하에 운도 없는 물고기들은 고깃살에 떨어져....
옴짝달싹 못하고 비참하게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소-
그 날따라 고깃살이 넘칠 정도로 많은 물고기가 잡혔습니다.
길동이는 조금 흥분되기 시작합니다.
내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물고기를 잡다니.....
자신을 스스로 대견 스러워하며....고깃살에 손을 한 번 넣어 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고길동은 물고기한테 손을 물리고 맙니다.

최-(꼬마 고길동)
"아니...어느 무엄한 물고기가 감히 길동이의 손을 무느냐?"

소-
하고 소리치면서....고깃살을 들어 올려....양동이에 쏟아 붇습니다.
붇다가 길동이는 "으악~!"하는 소리와 함께....
게거품을 물고 뒤로 쓰러집니다.
길동이의 손을 문건 다름아닌 뱀이었던 겁니다.
어느 똑똑치 못한 뱀 한마리가 개울을 건너다가....고깃살에 빠진 거죠.

최-
독사와 물뱀을 잘 구분할 줄 아는 길길이가
그런 고길동의 모습을 보면서....참 기가 막혔습니다.
겨우 물뱀한테 물리고서 졸도하다니....
길길이는....

소-
"야~ 길동아....어이구...저것도 형이라고....내 참~
야~ 길동아 일어나! 이 바보야~물뱀이야 물뱀... 안죽어!
죽은 척 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지 못할까~
어서 일어나지 못할까~ 네...이놈~"

최-
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절대 형을 형이라 부르지 않는 동생 길길이는
길동이의 양쪽 뺨을 강하게 내리칩니다.
고요한 밤의 적막을 깨는 "철썩! 철썩" 소리는....개울 둑에 부딪혀
메아리가 됩니다. "철썩! 철썩"
개울 건너 앞산에서는 부엉이가 걱정스럽게 울고 있습니다.
"부어~엉, 부어~엉"

소-
입가에 묻은 게거품을 팔뚝으로 쓱~ 훔치면서 깨어난 길동이.....
동생 길길이한테 업혀 들어와서.....잠자리에 들었는데
그 날 밤새 뱀에 물리는 꿈을 꾸면서 뱀에 시달렸답니다.
밤새 뱀에 물려 실신했다가 동생 길길이한테 뺨맞고 깨어나는 꿈을
계속 되풀이해서 꾼거죠.
길동이와 뱀 사이의 악연은 참 끈질기기도 합니다.
그후 길동이는
다시는 개울에서 고깃살을 놓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최-
흑백사진 속의 풍경....
오늘은 아이들이 벌거벗고 미역을 감고.....
징검다리 아래 피라미와 송사리, 붕어가 노니는
어릴 적 개울가 풍경을 그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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