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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 용 / 보 / 기
글작성자
  lakemoon 2003-03-04 15:27:09 | 조회 : 2023
제        목   아카시아 나무로 만든 야구배트
파일   #1
   yes18.gif (41.1 KB) Download : 89

[2001.7.11 흑백사진 속의 풍경]

최-
오늘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 올스타 게임에 출전해서.....
잘 던졌습니다.
비록 홈런 한 방을 맞긴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일본의 이치로와
세 타자를 간단하게 잡았습니다.

소-
네....박찬호 선수...잘 한 겁니다.
그런데....
요즘이야 축구하고 싶으면 축구공을 사서 하면 되고
농구하고 싶으면 농구공을 사고
야구하고 싶으면 야구공, 배트, 글러브를 사서 하지만......
60,70년대에는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최-
그걸 저처럼 가녀린 여성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영선씨...저기 모기 있어요....아이 무서워라....나좀 숨겨 주세요.

소-
최형우씨 하는 짓이 참 가관이군요....
귀엽기라도 해야지....꼭 실성한 사람같네...
하여간 예전엔....
축구공을 사느니 밀가루라도 한 포대 사면....
수제비나 칼국수를 만들어서 온식구가 배불리 먹을텐데
먹고 살기도 바쁜데...어떻게 축구공을 사고 야구배트를 삽니까?

최-
뭐...축구,야구...그런거 안하면 되는 거죠....
공하나 놓고.... 서로 빼앗으려고 우르르 우르르 몰려 다니는게.....
뭐가 그렇게 재미있겠어요?
야구도...... 그렇죠.
나무 몽둥이 하나 들고 있다가....주먹만한 공 하나 치고.....
죽어라 뛰고.....아유..... 전 돈주고 하라고 해도 안합니다.
날은 더운데.... 땀 삘삘 흘리면서 그게 뭐하는 짓이예요...대체...?

소-
최형우씨만 안하면 되지
대체 왜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가지고 시비를 하십니까?
예전에는 축구를 하고 싶어도 공이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동네 꼬마들은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서
무어라도 해야 했는데......
일단 발로 걷어 찰 수 있는 거라면.....그걸로 축구를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 다 찌그러진 통조림 깡통 같은 겁니다.

최-
깡통으로 축구하면....절대 헤딩은 할 수 없었겠네요?

소-
뭐...하고 싶으면 할 수도 있는거죠....
천성이 용감무식한 애였다면...헤딩도 했을걸요...아마?
하지만...시골에서는 깡통 대신....새끼줄을 둥글게 감아서....
그걸로 축구공을 대신했습니다.
마을에 돼지라도 잡는 날이면....돼지 오줌보에 바람을 넣어서....
축구공으로 쓰기도 했지요.....

최-
그럼 야구는 뭘 가지고 했습니까?

소-
네....야구....야구도 참 눈물겹게 했지요....
그럼 흑백사진 속의 풍경......오늘의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최-
아....그럴까요?
오늘도 꼬마 고길동의 어린 시절...그 당시의 얘깁니다.
꼬마 고길동이 어떻게 생긴 인물이냐고는 묻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만화 둘리의 고길동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소-
네...그렇습니다...
다소 신경질적이고 우스꽝스런 얼굴을 한 꼬마 고길동...
그래도 집념하나 만큼은 실로 대단한 꼬마였답니다.
시험에서 1등하면....야구배트와 공을 사준다는 어머니의 얘기에.....
초등학생 꼬마가 밤새워 공부를 하다가 코피를 쏟을 정도였으니까요...
과수원집 큰아들..길동이네는
너도나도 모두 가난했던 당시...그래도 형편이 조금 나았던 모양입니다.

소-
네...꼬마 고길동 운이 좋아서 1등을 한 덕에 야구배트와 고무야구공이
생겼습니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아 야구를 합니다.
배트와 공이 자기 것이니까.....길동이의 유세가 얼마나 대단했겠어요.
당연히 투수는 자기 몫인거죠.....
물론 야구규칙도 다 고길동이 마음대로 정합니다.
왜냐하면...야구규칙을 잘 알지도 못했으니까요....
무조건 세번 헛 스윙하면 아웃이 되는 식이죠.
당시의 동네야구는.....스트라익존이 애매해서....
무조건 휘둘러 치는 게 장땡이라는 생각들이 만연했습니다.

최-
그런 생각이 만연했어요?...그거 참.....
그런데.....당시의 아이들은 참으로 용감했습니다.
글러브 하나 없이 그 딱딱한 야구공을 맨손으로 받았으니까요....
그날 사건은 예상보다 일찍 터졌습니다.
한 쪽 코에는 항상 누런 콧물을 달고 다니던 원발이 녀석이.....
별로 먹는 게 없어도 힘이 장사였는데.....
타석에 들어선 원발이는 길동이의 공을 힘껏 휘둘러칩니다.
뭐... 운이 좋으면 맞아서 안타가 되는 확율은 반반이니까요.

소-
원발이는 그 날 꿈자리가 안 좋았는지....하필 원발이가 휘두른 배트는....
딱 하는 소리와 함께....두 동강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 날 야구 경기는 그걸로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야구 경기를 펼치던 개울가에선....
서비스 게임으로 길동이와 원발이의 격투기 경기를 보여주게 됩니다.
힘 좋은 원발이와 악발이 길동이의 싸움은
예상을 깨고....길동이의 간단한 승리로 끝났습니다.
길동이는 원발이의 코만 집중적으로 공략한거죠......
아시듯이 애들 싸움은 누군가 일단 코피만 나오면 게임은 끝난겁니다.

최-
참.....잔머리 굴리는거 하나는 천부적인 길동입니다.
그 날 길동이는 도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온 길동이는.....
과수원 울타리인 아카시아 나무가지 하나를 잘라 냅니다.
그리고.....낫을 들고 열심히 깍아댑니다. 나무배트를 만들고 있는 거죠.
완전 수공예품 나무배트.....
물기를 잔뜩 먹은 아카시아나무 배트는
보리밥만 먹고서는 기운이 없어서....
도저히 휘두를 수 없을만큼 무겁습니다.

소-
아카시아 나무배트는....
물기가 말라가면서....그런대로 쓸만했습니다.
하지만....그것도 얼마가지 않아....부러지고 맙니다.
이번엔....동생 길길이가 길동이의 공을 치다가 그만 부러뜨린거죠.
하지만 길동이는 길길이의 주먹맛을 아는 터라
그냥 내버려 두는 수 밖에 없었답니다.
길동이는 부러진 아카시아나무 배트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흐느낍니다.
한참을 울고난 길동이는......부러진 배트를 어루만지다가.....
망치를 들고와 못질을 합니다.
그렇게 못질을 한 아카시아나무 배트가 얼마나 가겠습니까?

최-
이번에도 길길이는 그 배트를 간단하게 부러뜨리고 맙니다.
동생 길길이는 미안한 기색도 없습니다.
그저...."어 부러졌네~" 이런 소리를 하고 가버립니다.
그 후
길동이는 아카시아나무 배트를 족히 열개는 깎아야 했답니다.
야구 안하고 말지......왜 그 고생을 했는지........

소-
하지만....길동이는 그런 집념 끝에.....
야구하면 길동이로 꼽힐만큼......알아주는 동네 야구선수로 인정받습니다.
고길동씨가 입에 거품을 물면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자기가 계속 그 길로 나갔으면.....박찬호는 게임도 안됐을거랍니다.
꼬마 길동이는 자신의 투구를 받아 줄 포수를 구하지 못해서....
허구헌날....개울가에 나가.....돌던지기를 했답니다.
목표를 정해 놓고....그 목표물을 맞히는 훈련을 한 거죠.....

최-
하지만......길동이는 얼마뒤 그 돌던지기 마저....포기하기에 이릅니다.
어느날...저녁때가 됐지만.,....길동이가 나타나지 않자.....
부지깽이 다루기의 진정한 고수....
길동 어머니는 빛나는 부지깽이를 움켜쥐고 또 길동이를 찾아 나섭니다.
미친듯이 돌을 던지고 있던 길동이......
길동 어머니의 부지깽이로
옆구리 후려치기와 정수리 내리치기 기술에 걸려.....
악 소리 못하고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소-
비록 야구선수는 되지 못했지만.....
고길동씨는......수십년이 지난 요즘도......물가에 가면.....
가끔 돌던지기 솜씨를 발휘합니다.
최형우씨.....수제비뜨기 아세요?

최-
수제비는 엄마가 뜨시는 거죠.....왜 아저씨가 그런 걸 합니까?

소-
작고 납작한 돌을 물가에 던져서.......
돌이 물에 가라앉지 않고 몇 번을 튀어가느냐 하는 놀이가
수제비 뜨깁니다......
그래도 그게 배운 도둑질이라고....
고길동씨...수제비 뜨기는 지금도 선수급이라고 합니다.

최-
흑백사진속의 풍경......
오늘은 고길동씨의 낡은 사진첩속에서
아카시아 나무배트를 들고....동생 길길이와 차려자세로 서있는
낡은 흑백사진속의 풍경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길동이는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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