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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 용 / 보 / 기
글작성자
  lakemoon 2003-03-04 13:57:29 | 조회 : 1695
제        목   봄소풍때 뱀에게 쫓기던 길동이
파일   #1
   yes25.gif (85.9 KB) Download : 100

[2001.5.30 흑백사진 속의 풍경]

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또 이렇게 가버리네요....
긴 겨울을 끝내고...맞은 새봄의 신록은...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그래서인지...각급학교에서는 봄소풍을 갑니다.

소-
6월이 내일 모레니까....각 학교에서는 벌써 다 소풍 다녀 오셨겠네요...
전 소풍하면...
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시가 먼저 떠올라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게 소풍 나온 거라는 표현...
얼마나 멋진 표현이예요....

최-
그러세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먼저 떠오르세요?
먹는 게 먼저 더오르는 게 아니구요?
그러면....소영선씨는
삶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소-
삶은..... 달걀이죠...
삶은 달걀....

최-
그런 대답 나올 줄 알았어요...
소풍하면....전 먼저 떠오르는 게...
김밥보다...삶은 달걀이 먼저 떠올라요...
평소에는 줘도 잘 안 먹던 삶은 달걀이..
소풍가서는 왜 그렇게 맛이 있는지....

소-
삶은 달걀 급히 먹다가 목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대요...
그래서...
소풍갈 때 어머니는
삶은 달걀과 함께 반드시 사이다도 싸주셨던 거죠.
그런데...지금 중년의 분들이 어렸을 적엔
집이 가난해서 김밥을 싸 갈 수 없는 아이들도 많았답니다.

최-
그러면...뭘 싸가죠?

소-
그냥...꽁보리밥에....고추장...짠지무침....그런거죠.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 글에 보면.....
김용택 시인의 어릴적 꿈이
소풍갈 때 도시락 반찬으로 고추장으로 빨갛게 볶은 멸치볶음이었답니다.

최-
6.25 전쟁 후에 잘 사는 사람이 있었겠어요?
다 고만고만하게 가난하게 살았죠...
너도 나도 가난했으니까...가난이 결코 흉이 될 수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친구들에 비해서 도시락 반찬이 초라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그랬나봐요....

소-
그래서...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죠.
중학교 일학년 때 도시락 까먹을 때
다같이 모여 도시락 뚜껑을 열었는데
부잣집 아들녀석이 나에게 화를 냈어
반찬이 그게 뭐냐며 나에게 뭐라고 했어
창피해서 그만 눈물이 났어
그러자 그 녀석은 내가 운다며 놀려댔어
참을 수 없어서 얼굴로 날아간 내 주먹에
일터에 계신 어머님은 또 다시 학교에 불려오셨어
아니 또 끌려오셨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며 비셨어
그녀석 어머님께 고개를 숙여 비셨어
우리 어머니가 비셨어...
에구...도시락 반찬이 뭔지....

최-
어디서 많이 듣던 건데...그게 시였어요?

소-
GOD란 애들이 불렀던 노래...어머님께는 박진영의 시인의 시 아닌가요?

최-
그런거예요?
하여간 소영선씨하고 얘기하다 보면...헷갈려서 정신을 못차리겠어요.

소-
30여년 전....꼬마 고길동....
봄소풍에 한 껏 들떠 있습니다.
내일이면...광릉수목원으로 소풍을 가는 날입니다.
고길동이 그렇게 들 떠 있는 이유는...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예쁜이에게 말이라도 한 번 걸어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최-
어이구...그 얼굴로 예쁜 여자 아이한테...마음까지 두고 그래요?
동물원 우리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딱 어울리겠구만...

소-
고길동...꼬마 때는 그래도 귀여운 맛은 있었다고 하네요?
자기가 하는 얘기니까...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하여간...길동이는...전날 부터....
개울가에 나가 머리를 몇번이나 감고 팔다리를 박박 닦고...
몸치장하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데....이상하게 소풍가기 전날은 꼭 날이 흐렸던 것 같아요....

최-
그래요....아이들은 설레임반 걱정반으로...
내일은 맑은 날씨가 되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를 하곤 했어요....
소풍날은....학교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뻤죠....

소-
그럼요...
길동이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지만.....잠이 오질 않습니다.
눈을 감으면...예쁜이의 얼굴이 삼삼하게 떠오릅니다.
예쁜이는 도대체 누굴 믿고 그렇게 예쁘게 생겼을까 생각을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길동이는 소풍날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서....개울가로 나갑니다.
양치질을 하고 비누세수를 몇 번이나 하고....
예쁜이 얼굴을 떠올리면...자꾸 더 씻고 싶어집니다.

최-
길동이 어머니는 새벽부터 바쁘셨습니다.
단무지를 길게 자르고...계란 지단을 부치고...시금치 나물을 만들어 넣고
꾹꾹~ 김밥을 말고 계십니다.
달걀도 몇개 삶고....도시락 가방을 열심히 꾸리십니다.
께끗하게 발아서 널어 두었던 옷을
숯불이 들어간 다리미로 열심히 다려서길동이에게 입혀 주시면서
한 말씀 하십니다.
"노래 시키면.... 바보처럼 울지말고...
다른 애들처럼 너두 노래 한 곡 불러야 한다~"
라고 이르십니다.

소-
옛날엔 소풍갈 때...어머님들도 따라 가셨잖아요.....
길동 어머니도...그 먼 소풍길을 따라 가셨지만....
꼬마 고길동이 내성적인 걸 내심 못마땅했던 길동 어머니는
길동이를 챙겨 보내시면서 당부를 잊지 않으십니다.
그 날 길동이는 생애 최고의 날을 맞았습니다.
선생님이 남녀 짝을 지어서 손잡고 행군하라고 했는데....
길동이의 짝이 바로 예쁜이였기 때문입니다.

최-
그게...다...주최측의 농간이 있었다네요...
길동이가 나중에 안 사실이었는데....
학교 육성회장이던 길동이 어머니가...미리 손을 써서....
예쁜이를 길동이 짝이 되도록 했던 거였답니다.
길동이는 숨을 쉴 수가 없더랍니다.
예쁜이의 손은 왜 그렇게  희고 예쁜지.....
길동이로서는...이 손을 꼭 쥐어야 하는지....살짝 쥐어야 하는지...
가슴만 콩당거릴 뿐... 알 수가 없더랍니다.
길동이는 그 날.... 소풍장소인 광릉 수목원까지...십오리길을
어떻게 걸어 갔는지...전혀 모르겠더랍니다.

소-
그런데....그 날도....길동이는....노래 한 곡 못 불렀대요.
선생님이 고길동~!하고 불렀지만....
고길동은 엉엉 울면서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답니다.
무슨 사내 녀석이 ....그렇게 숫기가 없는지....
드디어 길고 길게만 느껴지던 장끼자랑 시간이 끝났습니다.
젊은 남자선생님은 아이들이 장끼자랑을 하는 동안....
숲속 이 곳 저 곳에 꼬깃꼬깃 접은 보물쪽지를 숨겨 놓으셨습니다.

최-
소영선씨는 소풍가서 보물 찾은 적 있으세요?

소-
전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어요....어떤 애들은 몇개씩 찾는데...
왜 전 한 번도 못찾는지....

최-
머리가 나빠서 그래요...

소-
그런 거예요?
머리가 나쁜데...난 왜 공부를 잘했을까...?

최-
컨닝을 잘했나보죠....
꼬마....길동이도...보물 한 번 찾아 본적이 없었답니다.
하지만....길동이 뒤에는....육성회장 어머니가 계셨죠....

소-
아...그...부지깽이 다루기의 명수..?

최-
길동이 어머니는....
'보물찾기 시작~!'하는 선생님의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 보다 빠른 뜀박질로 숲속으로 달려 가십니다.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그 모습이....
당시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마치 비호 같기도 하고....
쥐약 먹은 강아지 같기도 하더랍니다.

소-
그럼 어머니가 보물 찾아서 길동이 한테 주었군요....
아마...길동이 어머니는....
길동이가 혹시..... 어린 나이에
엄청난 상실감이나....빈부격차...위화감....이런 걸 느낄가봐
도와주고 싶으셨던 거겠죠....
그런데요...그 날...사실..길동이도 실수로 보물 하나를 찾았대요....
그런데...저만치서 예쁜이가...보물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구...
"이거 너 가져"하고 줬다네요.....

최-
바보 아녜요?
자기 불쌍하다고...어머니는 그 고생을 하고 있는데...
애써 찾은 걸....그냥...이쁜이를 줘요?

소-
바보 맞어요....그런데...저 같아도 그러고 싶었을 거 같아요....
길동이 어머니는 아무리 찾아 헤매도...보물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마침 길동이 친구 한 녀석이 보물쪽지 몇장을 들고 있더래요....
그래서.....길동이 어머니는
"얘~...너 이렇게 많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단다...
상품은 한 사람한테 하나 밖에 안줘.....뭘 알기나 하셔야지...."
하면서...그 중 한 개를 건네 받아서...길동이에게 줍니다.

최-
그런데....
꼬마 고길동....자기가 찾은 게 아니니까....자기는 안 받겠다고 우기다가....
어머니께 바보같은 몸이라고 엄청나게 혼이 나고 맙니다.
자기가 찾은 건 남주고...남의 건 왜 못받겠다고 우겨대는지....
끝내...자기 힘으로 보물을 찾고 말겠다고 고집을 피우던....고길동...
숲속을 찾아 헤매다...어느 바위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바위는 아무리 봐도 남이 들춰 본 바위 같지가 않더라나요?
길동이는 젖먹던 힘을 모두 동원해서...바위를 들어 올립니다.

소-
참 미련맞긴 하네요.....설마 보물을 그렇게 큰 바위 밑에 숨기겟어요?
지금은 똑똑한 척 혼자 다 하는 고길동씨가....
어렸을 적엔 참 맹했네요?

최-
그 날....꼬마 고길동.....
광릉 수목원 숲속을....펄쩍 펄쩍 뛰어 다니다가...길을 잃었답니다.
바위를 들자마자 뱀 한마리가 고개를 쳐들고 길동이를 노려 보더랍니다.
그런데...고길동씨가 제일 무서워 하는게
뱀하고 귀신이잖아요.....

소-
나는 고길동씨가 더 무섭던데...눈이 쪽 찢어진게 어휴~
하여간....
길동이는.....뱀에게 쫒겨....딴에는 이리 저리 도망을 친다는 게.....
너무 숲속 깊이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결국.....길동이는 길을 잃었습니다.
소풍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까지 나타나지 않는
길동이를 찾기 위해서
길동어머니를 필두로...길동이 선생님과 아이들은....
길동아....길동아....입을 모아 불러 댑니다.
그 날 소풍은 길동이 하나 때문에...다 망치고 말았습니다.

최-
선생님들은....조를 나눠 길동이 찾기에 나섭니다.
저녁 무렵이 돼서야....선생님 등에 업혀온 길동이....
입에 개거품을 물고 있더랍니다.
뱀에 쫒겨 다니다....너무 놀라고 지친 나머지....
어느 바위 위에 올라가 누워 있는 길동이를 선생님이 발견하고서
업고 내려온 거랍니다.

소-
길동 어머니는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꼬마...고길동...그 날도
어머니의 화려한 부지깽이 솜씨를 감상해야 했겠죠....

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 길게 느껴지더랍니다.
어머니는....계속 꾸지람을 하시지....
예쁜이한테는 온갖 창피한 모습을 다 보였지.....
길동이는 어린 나이에...'살고 싶지 않다'는 게 뭔지...느꼈다나요?
하지만...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던 노을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길동이는 어머니께 한 마디 건넵니다.
"오매...하늘이 정말 아름답소... 엄마....나는 저렇게 예쁘게 살고 싶소...
엄마....나도 알고 보면 불쌍한 놈이라오.....
너무 혼내지 마소.....내가 앞으로 엄마한테 효도 하리다"

소-
세상에 어린 나이에 무슨 말을 그렇게 징그럽게 한다죠?
하여간....
꿈에 부풀던 봄소풍은 그렇게....
꼬마 길동이의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답니다.
그 해 봄 소풍 때 찍은 흑백 단체사진에는....
어디에서도 길동이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길동이 대신 길동 어머니의 모습이.....잔뜩 화난 모습으로 찍혀 있습니다.
"이 놈 찾기만 해봐라....부지깽이로 아주 절단 내 버릴껴~"하는 표정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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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빠져 실종된 길동이  [39]
[2001.4.4 흑백사진속의 풍경] 최- 생떽쥐베리의 동화....누구나 한 번쯤은 다 읽은 책인데요.... 소영선씨는....그 책의 어느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세요? 소- 저는....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말하는 길들여 진다는 것에 대한 정의요.... "그래, 친해지는거지. ... ...more
 
0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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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동수단이던 자전거  [40]
[2001.3.28 흑백사진속의 풍경] 최- 4월을 코 앞에 두고...... 난데 없이..... 눈이 내렸어요.... 그리고....오늘은 참 언제 그랬느냐 싶게....화창한 봄날이었죠? 영선씨....이 화창한 날에....여기서 뭐하고 있수~? 참 불쌍도 하지.... 소- 놀면 뭘합니... ...more
 
0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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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장수 할아버지 오던 날  
[2001.3.21 흑백 사진속의 풍경] 최- 오늘은 말씀 드린대로 "흑백사진속의 풍경"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인데요....... 나이는 젊지만......영감 못지않은 소영선씨는 눈을 지긋이 감고 감회에 젖을 수 있는... 아주 행복한 시간이이라면서요? 오죽하면...그 ... ...more
 
0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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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서리에 관한 기억  
[2001.3.14 흑백사진속의 풍경] 소- '서리'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대략 열가지 정도의 낱말이 나옵니다. 오늘 흑백사진속의 풍경은 서리에 대한 이야깁니다. 경기도 일대도 예전에는 대부분 시골이었기 때문에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은 과일서리에 대한 추... ...more
 
0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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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캐던 길동이  [49]
[2001.3.7 흑백 사진 속 풍경] 소- 나이가 어느덧 중년으로 접어들 무렵............ 마음은....자꾸....어릴적의 고향으로 가 있습니다..... 사는 게 아무리 바뻐도.....마음이....어느 틈엔가..... 고향 언저리를 서성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이... ...more
 
0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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