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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 용 / 보 / 기
글작성자
  lakemoon 2003-03-04 13:56:07 | 조회 : 2022
제        목   막걸리 심부름길에 술취한 길동이
파일   #1
   yes19.gif (40.7 KB) Download : 102

[2001.5.23 흑백사진 속의 풍경]

소-
어제 비가 내려서인지
오늘 하늘이 참 투명해 보였어요....
공기도 먼지 한 개 없는 것처럼 맑게 느껴지구요....
우리가 옛날의 맑은 하늘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쯤 시골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소-
지금쯤 .... 병아리 눈물만큼 찔끔 내린 어제의 비도 고맙게....
열심히 땅을 고르고....씨를 뿌리시겠죠....
소박한 농부의 꿈을 뿌리는 때가 지금인데....
가뭄이 너무 심해서 정말 걱정입니다.

최-
저는 농촌에서 일하다가 드시는 새참이 그렇게 먹고 싶은데...
아직 먹어보진 못했어요....
논두렁에 앉아서.....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먹는....새참....
꿀꺽~....하~ 맛있을 것 같아요....소풍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소-
소풍이라뇨.....
땀흘려서 열심히 일한 다음에 먹어야...제 맛이 나는 거지....
빈둥빈둥 놀다가...먹는 새참이 맛이 있겠어요?
그런데....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예전 시골 인심은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새참 때....길을 지나는 나그네라도 있으면....
"거기....길 가시는 양반~ 여 와서 막걸리 한 잔 하고 가슈~"
하면서....
아랫마을...윗마을....심지어 타관객지 길가는 나그네까지....
인심좋게 다 불러 세우고 새참을 함께 나눴습니다.

최-
그럼 먹던게 모자랄 수도 있었겠네요?

소-
새참을 내올 때는...미리 남을 만큼 넉넉히 내오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아마 거의 없었을 거예요....
시골분들은....막걸리를 마시면서.....
곡식와 음식거리를 제공해주는....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습니다.
말걸리를 먹기 전에...땅에도 막걸리를 부어 주었습니다.
고마운 땅에 대한 '일종의 예의'라고 볼 수도 있는거죠.

최-
그런데....그 많은 음식을 날라대야 했던....여성들은 얼마나 힘드셨겟어요.

소-
그래도 옛날 어머니들은 결코 불만을 갖지 않았습니다.
반찬이래 봤자 각종 푸성귀 종류였지만..
있는 거 없는 거 다 챙겨서 반찬을 만들어서
커다란 함지박에 담고....논으로 밭으로 그 먼길을 걸어서 날라댔습니다.
어머니가 가시는 논길에서는....
개구장이 개구리가....이쪽 논에서 저쪽 논으로 건너다니고......
가끔....그 개구리의 뒤를 음흉한 눈빛을 한 뱀 한마리가....
슬그머니 따라가기도 했죠......
그런데...그 뱀의 눈빛은 고길동의 눈빛과 무척 비슷했대요....

최-
그래요?...그럼 아주 흉칙했겠네요...
어머니가 긴 논둑길을 걸어 산 너머 논배미까지 가는 길가에는
때 맞춰 핀 민들레...엉겅퀴...까치수염꽃....철쭉꽃....찔레꽃이...
그리고...고개를 떨군 할미꽃까지 피어서.....
힘이 들어 자꾸 주저앉고 싶은 어머니께 위문공연도 했다죠?
종달새나 산새들도....쪼로롱 쪼로롱....노래도 했을 거구요....
그러면...어머니는 힘든 것도 잊고....어느새....
저멀리서 환한 웃음으로 반기는....아버지와...동네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의 입은 남들보다 유난히 크게 찢어지곤 했죠.

소-
그런데....그 시절....꼬마 고길동이 사건이 없을리가 없죠....
과수원집 큰아들...고길동씨....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고길동군은....
그 시절 아이들이 다 그랬듯이
가끔 막걸리 심부름을 다니곤 했습니다.
누런 양은 주전자를 빙빙 돌리면서....
학교 앞 구멍가게까지....그 지루한 둑방길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뙤약빛이 내리쪼이는 그 먼 길을 마다 않고 갈 수 있었던 힘은...
거스름돈의 일부로 싸구려 군것질거리를 사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나오는 것이었을 겁니다.

최-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게 낫지...
천하의 술꾼 고길동한테 술사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는 게
전 이해가 가질 않네요.
그 술이 남아나겠어요?

소-
그런데...솔직히 옛날에 막걸리 심부름 갔다 오다가....
한 두 모금 안 먹어 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구 그러세요.....
아마 한 사람도 없을걸요...
그 먼길을 걸어 오는데....심심하죠...날은 뜨겁죠...목은 마르죠...
거기에...옛날 그 막걸리 냄새가 얼마나 구수했는데요....
발자국을 뗄 때마다...코끝을 스치는
그 구수한 막걸리 냄새에 한 번 마셔보고 싶다는 충동을 안 느낀다면...
그 사람은 아마 심한 축농증 환자이겠죠.
그런데...고길동씨는 어릴 때부터...콧구멍이 유난히 컸잖아요.
막걸리 냄새가 오죽이나 많이 들어가겠어요.

최-
하긴...남들보다 두배 정도는 많은 냄새가 들어갔겠네요. 그 거대한 쌍굴로....
꼬마 고길동이 집에 오기도 전에 주전자의 막걸리를 다 먹어 버렸겠죠.
뻔합니다.
밥을 남기는 건 용서해도 술 남기는 건 절대 용서 못하는 사람이니까....

소-
그래도 꼬마 고길동도 뇌는 있잖아요.
처음엔 딱 한 모금만 먹자하고....정말 한 모금만 먹습니다.
그런데...몇 발자국을 걷다 보니까....
그 구수하고 시원한 막걸리맛이 자꾸 떠오르면서....
목젖이 깔딱거리면서...한 없이 침이 자꾸만 넘어 갑니다.
더 이상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고길동...주전자를 들어 올려....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또 몇 모금 마셔봅니다.
막걸리를 들이킬때 보았던 하늘에는.....
불덩이 같은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최-
에유~...그래도...깍두기라도 한 조각 집어 먹으면서 마셔야지....
안주도 없이 그냥 막걸리만 먹었으니 많이 취했겠네요....

소-
그런데...고길동 술 세잖아요....몇 모금에 취할 고길동이 아니죠....

최-
그래도 앤데....취하겠죠....

소-
하여간요....
몇 모금을 마시다 보니까...감질이 난 고길동....
얄팍한 꾀가 사정없이 대뇌와 소뇌를 때리고 스쳐지나가더랍니다.

최-
아하~.....
"엄마...엉어엉...내가 집에 오는데....갑자기 뱀이 지나가잖어요....
너무 무서워서 막 도망을 치다가...돌뿌리에 걸려 넘어져서....
술을 다 엎었어요...엉엉엉~....나는 뱀이 정말로 밉수.....엄마..."
이렇게 말하려고 했겠죠?

소-
어떻게 잔머리는 그렇게 잘 돌아가는지.....
실제로 그랬대요.....
일단 작전이 수립된 고길동씨....
주전자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려.....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거의 한 주전자를 다 먹어 버렸답니다.
그리고 주전자를 땅에다 사정없이 내던졌습니다.
진짜로 넘어진 것처럼 꾸미기 위한 계략이죠.

최-
다 쭈구러진 빈주전자를 들고 나타난 고길동.....
엄마에게 각본대로 허위보고를 합니다.
"엄마...엉어엉...내가 집에 오는데....갑자기 뱀이 지나가잖어요....
너무 무서워서 막 도망을 치다가...돌뿌리에 걸려 넘어져서....
술을 다 엎었어요...엉엉엉~....나는 뱀이 정말로 밉수.....엄마..."
고길동은 술김에도 각본을 틀리는 법이 없습니다.
아주 무서운 놈이죠.

소-
고길동 어머니는 아무리봐도 고길동이가 수상하지만....
설마 저 놈이 다 먹어치웠을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합니다.
이번에는 조심해서 잘 가지고 오라고 돈을 건네주십니다.
고길동 어머니 실수하신거죠.....

최-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두 번이나 맡기신 꼴이네요.

소-
고길동....이번에도...참을 수 없는 유혹을 느낍니다.
고길동은 유혹에 유난히 약한 모양입니다.
다신 주전자를 들어올려 벌컥 벌컥 마셔댑니다.
그 날 고길동네...그 누런 양은 주전자 주둥이는....
고길동의 주둥이와 원치도 않는 뽀뽀를 수도 없이 해야 했습니다.

최-
그런데요...
주전자 주둥이와 고길동 주둥이 중에 어느 것이 더 툭 튀어나왔나요?

소-
아마...비슷할 거예요.
꼬마 고길동....뜨거운 날씨에....막걸리를 많이 마셔서인지...
취기가 올라옵니다....
세수라도 할 겸....둑방아래 개울가로 가서.....
발을 담그고...세수를 합니다.
그런데...술이 취해서인지......물속의 보이는 물고기들이
유난히 커보이더래요.....
꼬마 고길동....자신의 임무도 잊은채 물고기 잡이에 정신이 팔립니다.

최-
혹시 바보 아녜요?

소-
그러게 말입니다.
옷이 다 젖도록 물고기를 쫒아 다니다 보니....
옷은 다젖고....힘도 들고 해서.....
미류나무 그늘아래.....팔베개를 하고 누운 고길동....
기분이 좋으니까.....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 백년 살고 싶네...."

최-
이런 노래도 불렀대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돌아설 때에....."

소-
고길동의 레파토리는 다양하기도 합니다.
"한 많은 이 세상아앙...야속한 니이임아아아~"
한 오백년가지.........
그러다가 갑자기......
동요가 불러 보고 싶어지더라나요?
"낮에 놀다 두우고온...나뭇잎배는....."
그 동요를 부르다 보니...괜시리 눈가에 눈물이 흐르더래요.....

최-
낮술 먹고 취한 꼬마 고길동....개울가 미류나무 밑에서....
동요 나뭇잎배를 눈물범벅이 돼 부르다가.....
때마침 불어온 산들바람에 소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그 날.....
날이 저물도록 나타나지 않는 고길동.....
고길동의 어머니는 또....부지깽이를 챙겨 들고.....
뚝방길로 나섭니다.
"길동아~ 신성일 닮은 길동아.....너 어디에 숨었느냐......
안 때릴께...이리 나오렴....."
부지깽이를 흔들어 대면서....
고길동 어머니는 애처롭게 외쳐댑니다.

소-
꼬마 고길동이...너무 취한 모양입니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골아 떨어졌습니다.
이윽고....밤이 깊어서야...비척비척 일어선 고길동....
집에 들어서자 마자......
어머니의 부지깽이 던지기에....머리를 맞고 쓰러져.....
다시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꼬마 고길동...그 날... 사실은 기절한 게 아니었답니다.
매 맞지 않으려고 일부러....기절한 척 하고 있었던 거라고 합니다.

최-
네...오늘 흑백사진 속의 풍경은....
쭈구러진 양은 주전자와 구수한 막걸리 맛이 있는
어린 시절...시골풍경을 그려 봤습니다.
요즘은....새참으로 탕수육이나 자장면 불러 먹는다고 하죠?
심심하면....읍내 다방에서 커피도 시켜 먹구요.....

소-
뭐....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새참하면......
가마솥에다 한 밥과 두부찌개....겉절이.....거기에 막걸리가 있어야
제격이죠....
계란 꾸미가 예쁘게 들어간 시원한 물국수도 일품이구요....
전 옛날 사람은 아니지만...
시골에 농촌 봉사활동 나가서 먹던 새참 맛도 그리워지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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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서리에 관한 기억  
[2001.3.14 흑백사진속의 풍경] 소- '서리'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대략 열가지 정도의 낱말이 나옵니다. 오늘 흑백사진속의 풍경은 서리에 대한 이야깁니다. 경기도 일대도 예전에는 대부분 시골이었기 때문에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은 과일서리에 대한 추... ...more
 
0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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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캐던 길동이  [49]
[2001.3.7 흑백 사진 속 풍경] 소- 나이가 어느덧 중년으로 접어들 무렵............ 마음은....자꾸....어릴적의 고향으로 가 있습니다..... 사는 게 아무리 바뻐도.....마음이....어느 틈엔가..... 고향 언저리를 서성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이... ...more
 
0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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