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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 용 / 보 / 기
글작성자
  lakemoon 2003-03-04 13:52:58 | 조회 : 1998
제        목   개구장이 칠칠이의 악동놀이
파일   #1
   go10.gif (90.8 KB) Download : 98

[2001.5.9 흑백사진속의 풍경]
                                       자료제공 : 윤만영씨
소-
최형우씨는 어릴 때 하던 놀이중에 어떤 게 생각나세요?

최-
아..네....어릴 때요....
뭐... 아주 여러가지 놀이들을 했었죠......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랬겠지만....
저도 그저 평범한 다른 여자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사서삼경 한 자도 틀리지 않게 외우기"....
음...그리고...
"영어회화 실력 외국인에게 말걸어 확인하기"...
또 뭘 했더라....
"최씨족보 외우기"...."철학서적 탐독하기"....
그리고.....제가 정말 싫어하던 놀이도 있었는데요.....
친구들과 술레잡기나...군것질하기...그런 것도 있었군요....

소-
그러셨군요...공주님께서 오죽하셨겠습니까?

최-
전 오죽하진 않았는데요....
오죽은 강릉 오죽헌에나 있는거잖아요....
서울공주들은 오죽 안한답니다.

소-
이런...오죽으로 종아리 맞을 여자 같으니라고.....
여자아이들은 고무줄 놀이...공기놀이...술레잡기...
사방치기...이런 걸 많이 하셨죠....
종이인형 옷갈아입히기 같은 것도 하고.....

최-
남자아이들은.....
고무줄 끊고 도망가기 주로 그런거 했죠?

소-
네...남자 아이들은...구슬치기, 딱지치기, 자치기, 말뚝먹기......
그런 거 하고 놀았죠...
그런데....놀이는 동네에 따라서 색다른 놀이들이 있었죠....
골목대장 같은 아이가....룰을 정하는 겁니다.
"얘들아...이 놀이는 말야.....이렇게 하는 거야...알았지....?
지는 놈은 꿀밤맞기다...꿀밤은 반드시 두대만 때리는 거구...."
모든 게 골목대장 마음대로였죠....

최-
그런데....개구장이 중에서도 왕개구장이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여자아이들은 그 아이만 보면 아예 멀찌감치 피해다니게 만드는
그런 애들 꼭 있었죠.....

소-
어느 동네에나 칠칠이란 별명을 가진 아이도 꼭 있었죠...
칠칠이들의 특징은....
일단 얼굴이 꼬질꼬질해야 합니다.
몇일동안 세수를 안해서 거무죽죽한 얼굴의 가운데에서는
항상 두줄기의 하수구가 흐르고 있었죠.....
칠칠이는 또...유별난 재주를 가지고 있는데....
콧물 떨어트리지 않고 길게 흘리기....그리고 게눈보다 빨리 감추기....
그 환상적인 곡예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참 더럽다는 생각'과 '참 용하기도 하다라는 감탄'을 동시에 갖게 했죠.

최-
맞아요...
칠칠이들은 또 공통적인 특징이....공부는 항상 꼴등을 하지만....
장난치는 것 만큼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어요....
상당히 창조적이고...기상천외하기까지 했죠.
그 머리를 공부에만 조금 썼다면....꼴찌에서 둘찌는 할텐데....
그게 안되는 모양이예요....
그리고 동네 어른들한테 꼭 이런 말을 듣죠.
"에라 이놈아....세수좀 하고 살아라....
까마귀가 보면 어이구 형님하고 도망가겠다 이놈아...."

소-
최형우씨...그런 얘기 들어본 경험이 많으시군요.
그리고 칠칠이의 특징 중 또 하나는....
항상 도시락을 안 싸온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결코 굶거나 하진 않았죠....왜냐하면 칠칠이는
나무 젖가락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
잠깐 밖에 나갔다 오면....금세 나무가지로 만든 젖가락을 들고 나타납니다.
그리고 도시락 뚜껑 하나를 낚아채가지고....
도시락 싸온 아이보다 훨씬 더 많은 밥과
훨씬 더 다양한 반찬을 먹을 수가 있었죠.

최-
경험이 많으시군요..
그런데....오늘은 고길동이 활약하던 옛날 얘기가 아닌가보죠?

소-
네....고길동씨는 자기가 칠칠이가 아니라고 주장을 하긴 하지만...
제가 볼때는 칠칠이과가 분명하거든요....

최-
소영선씨...저 고길동씨 눈좀 봐요....아이고 무시라....아주 쪽 찢어졌네...

소-
고길동씨 오늘은 가슴에 고길동 뱃지까지 달고 나타났어요...
자기 딸 난난이가 선물로 사준 거래요....
"아빠...문구점에 갔는데....아빠 얼굴이 있어서 사왔어..."
하면서 가슴에 직접 달아줬대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난난이 엄마....고길동씨의 불쌍한 처가 되는
오공녀씨는 배를 움켜쥐고 뒤로 자빠졌대요....

최-
얘기가 갑자기 한참 옆으로 샜네요....

소-
이게 다 길동이 때문이예요....

최-
소영선씨...저 고길동씨 눈좀 봐요....아이고 무시라....눈이 더 쪽 찢어졌네...

소-
하여간 칠칠이의 아주 창의적이고 기상천외한 장난중에는
오물함정파고 숨어서 지켜보기....
동전에 명주실 매달아서 놀려주기....등이 있었는데요....
칠칠이는 장난질에는 유난히 강한 집착력과 무서운 인내력을 발휘했는데요....
동전을 눈에 잘 안보이는 명주실이나 혹은 아주 가는 코일선에 매달아서
길에 던져 놓고서 누군가 집으려고 하면 줄을 잡아당기고 그러는거죠.
동전을 잡으려던 사람은 얼마나 황당하겠어요...동전이 도망을 가니....
잡으려고 하면 동전이 자꾸 도망을 갑니다.
칠칠이의 이 황당한 장난에는 주로 동네 할머니들이 피해자가 되곤했는데요...
한번은 칠칠이 할머니가 동전을 줍기에 나섰다가 ...
그게 칠칠이의 장난인 줄 알고서....그 날 칠칠이는 거의 죽도록 맞았대요.

최-
네...하루는 칠칠이네 마을 미나리광에 서커스단이 들어왔습니다.
원순이 혹은 원돌이란 이름의 원숭이를 앞세우고....나팔을 불면서
악극단은 온동네를 돕니다. 구경오라는 거죠.
천막을 치고 입장료를 받았던 서커스단은.....
동네 꼬마들의 가슴을 부풀게 했습니다.
하지만...아이들이 무슨 돈이 있었겠어요.....
칠칠이가 길동이한테 좋은 방법이 있다고 꼬득입니다.
"얘 길동아...내가 저 아저씨한테 말을 걸고 있을 때....
너는 천막을 걷고 기어 들어가.....
그리고 들어가서 네가 또 그 아저씨한테 말을 걸어....
그러면 그 틈을 타서 내가 몰래 들어갈께......"
어쩌면...칠득이는 그런 쪽에는 아이디어가 그렇게 샘솟는지 모르겠어요.

소-
그러다 걸리면....문앞에서 손들고 있어야 했죠....
한 참 손들고 있다보면....인심좋은 서커스단 아저씨가...
"얘...앞으론 그런 짓 하지마라.....오늘은 내가 들여 보내줄께...."
하고 입장을 시켜주기도 했죠.....
어쨋든 교묘하게 숨어 들어간 칠득이 그냥.....얌전히 구경만 할리가 없습니다.
칠득이는 어쩌면 그렇게 남들의 기대를 한 번도 져버리지 않는지....

최-
여기서 잠깐 옛날 서커스단 쇼의 순서를 살펴보면...
1부쇼, 손에 땀을 쥐는 묘기백출의 곡예와 쇼.
2부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수일과 심순애류의 악극.
3부쇼, 화려한 춤이 곁들여지는 노래와 춤쇼....
대개 이런 식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소-
TV도 없던 시대....서커스단이 오면 동네가 들썩들썩했죠..
우리의 칠칠이...연신 코를 들이마시면서 눈이 빛납니다.
거의 벗다시피한 무희들은 칠칠이의 표적이 되기 충분했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살을 많이 드러낸 여자는 본 적이 없었거든요.
가슴은 방망이질을 해대지만 장난치는 걸 절대 잊지않습니다.
옛날에 지렁이 고무줄을 기억하시는지요.
지렁이 고무줄의 탄력은 말그대로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칠칠이는 이 고무줄을 엄지와 검지에 걸어 새총을 만들어서
철사로 만든 총알을 쏘기 시작합니다.
옷도 거의 입지 않은 무희들이 맞으면 얼마나 아프겠어요.....

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무희가...칠칠이의 새총을 맞고서
맞은 내색을 할 수도 없었겠죠...
"아야!....새총 쏜 놈..누구야?"하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아프다고 대놓고 울 수도 없고.....
웃으면서 춤을 춰야하는 무희로서는....
울음과 웃음이 절반씩 섞인 얼굴을 하고 계속 춤을 출 수 밖에 없었겠죠.
칠칠이 녀석은 그게 재미있다고 계속 쏘아댔겠죠?
천막 밑으로 숨어 들어간 놈이 못된 장난까지 치니....
잡혔다 하면....혼쭐이 날텐데....
칠칠이의 용기는 참으로 가상합니다.

소-
그런데...칠칠이의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장난을 치면 꼭 들키거나 붙잡힌다는 겁니다.
그 날도 다른 아이들은 다 도망을 갔는데....
끝까지 장난을 치고 있던 칠칠이는
몸집이 산만한 차력사 아저씨 한테 잡히고 맙니다.
무시무시한 차력사 아저씨의
공중 팽이돌리기에 이은 메다꽂기 기술에 걸려서
미나리광에 내동댕이쳐진 칠칠이는
집까지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최-
칠칠이는 그렇게 혼쭐이 나고도....계속 새총 놀이를 했답니다.
그러다가 가끔 눈이 멀거나 재수 정말 나쁜 참새나 멧새가
칠칠이의 새총을 맞고 기절해서....졸지에 털옷 다 벗어놓고
참새구이로 면하면서
칠칠이에게 단백질을 공급해주곤 했다죠?
이에 용기와 힘을 얻은 칠칠이는
학교에 놀러갔다가 돌아오면...새총을 들고 산으로 올라가서....
전문 사냥꾼 행세를 했답니다.
또...재수 정말 나쁜 멧새라도 하나 만나길 기대했겠죠....

소-
어느날 어둑어둑한 저녁무렵 칠칠이가 동네 야산에서....
또...엉금엉금 기어내려오는 모습이 동네 아이들에게 목격됐습니다.

최-
저번에 ....
차력사 아저씨한테 잡혀서
공중 팽이돌리기에 이은 메다꽂기 기술에
미나리광에 내동댕이쳐졌을 때 처럼 말이죠?

소-
그래서...동네 아이들은
분이 안풀린 차력사 아저씨가 다시 나타나서 칠칠이에게
또 그 기술을 걸었나 생각했겠죠....
동네 아이들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칠칠이를 에워쌌습니다.
아이들을 보자 안심이 된 칠칠이는....울면서 얘기합니다.
"엉엉엉.....내가 사냥을 나갔는데..멧돼지가 있잖어....
그래서 내가 쐈다......그게 멧돼지 콧구멍에 가서 팍 꽂히데...
근데...멧돼지가 나를 요렇게 노려 보더니.....
코를 "흥!"하고 한번 풀더니...나한테 막 달려 오잖아....
그래서 막 도망을 가는데....그 무식한 코로 날 들이 받잖어....
넘어졌는데..막 뒷발질을 해서 나를.....엉엉"

최-
그 말을 믿는 아이들이 있었을까요?
제가 듣기로는 완전히 거짓말같은데요....뭐....
산토끼한테 맞고 와서 그러는 거 아녜요?

소-
어쨋거나....칠칠이 그 후로도 계속 새총쏘기에 몰두하더니....
나중에 들려오는 소문에...칠갑산 근처 어느 동네에서....
칠칠이총포사를 운영한다고 하는데....
그게 헛소문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확인할 수가 없었답니다.

최-
또...어떤 소문에는.....
산으로 사냥을 나갔다가....진짜로 멧돼지한테 쫒겨서...
도망을 가다가.....계곡으로 굴러서....머리를 심하게 다쳤다고도 하고.....

소-
또...어떤 소문에는.....
읍내에서 토끼구이집을 하다가......토끼를 잡으러 간다고 나가서....
그 후 행방불명이 됐다고도 하고....
하여간
칠칠이를 둘러싼 소문은 참 무성합니다.

최-
고길동의 사진첩에는 길동이와 만영이...칠칠이 이렇게 셋이서
초가집 뒷간을 배경으로
모두 코를 질질 흘리면서....
한결같이 눈을 감고 찍은 흑백사진 한 장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칠칠이는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 하고 사는지....
길동이도 만영이도 전혀 모른답니다.

소-
흑백사진속의 풍경.....오늘은 개구장이계의 천하지존....
칠칠이가 있던 풍경을 그려봤습니다.
시간 여행 잘 다녀오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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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동수단이던 자전거  [40]
[2001.3.28 흑백사진속의 풍경] 최- 4월을 코 앞에 두고...... 난데 없이..... 눈이 내렸어요.... 그리고....오늘은 참 언제 그랬느냐 싶게....화창한 봄날이었죠? 영선씨....이 화창한 날에....여기서 뭐하고 있수~? 참 불쌍도 하지.... 소- 놀면 뭘합니... ...more
 
0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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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장수 할아버지 오던 날  
[2001.3.21 흑백 사진속의 풍경] 최- 오늘은 말씀 드린대로 "흑백사진속의 풍경"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인데요....... 나이는 젊지만......영감 못지않은 소영선씨는 눈을 지긋이 감고 감회에 젖을 수 있는... 아주 행복한 시간이이라면서요? 오죽하면...그 ... ...more
 
0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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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서리에 관한 기억  
[2001.3.14 흑백사진속의 풍경] 소- '서리'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대략 열가지 정도의 낱말이 나옵니다. 오늘 흑백사진속의 풍경은 서리에 대한 이야깁니다. 경기도 일대도 예전에는 대부분 시골이었기 때문에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은 과일서리에 대한 추... ...more
 
0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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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캐던 길동이  [49]
[2001.3.7 흑백 사진 속 풍경] 소- 나이가 어느덧 중년으로 접어들 무렵............ 마음은....자꾸....어릴적의 고향으로 가 있습니다..... 사는 게 아무리 바뻐도.....마음이....어느 틈엔가..... 고향 언저리를 서성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이... ...more
 
0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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