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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8 16:53:22    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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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란..

얼굴도 모르는 진영엄마에게


이름도 성도 모르는 여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우리집 재롱둥이 석규가 류씨 집안의 친자로 호적에 입적되기 전에는, 김진영이란 명찰을 달고 있는 해외 입앵 대상의 사생아였죠. 부업을 하기 위해 위탁 모(해외로 입양되기 전의 아이를 키워 주는 일)에 손을 댔다가 석규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H아동복지관에서 녀석을 처음 데려왔을 때의 첫 인상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여물지 않은 해파리처럼 제대로 만질 수도 없이 작고 연약한 미숙아에 불과했었죠. 생후 25일 된 아이가 2.6 킬로그램밖에 안 되었고 우유를 먹이면 금새 울컥 울컥 토해내곤 했습니다.
게다가 밤낮 잠 못 들고 끝없이 울고 보채기만 하니 다른 아기들처럼 통통하게 살이 오를 리가 없었습니다.
주야장천 기를 쓰고 울기만 하다보니 목소리는 쉬어 버리고, 배에 힘을 심하게 주어 배꼽은 데룩데룩 호박꼭지처럼 보이고, 울적마다 빠져버릴 것 같았어요.
배꼽에 대일밴드를 지그시 붙여 주었더니 잠잠해지더군요.
그 어린 것이 울어대는 얼굴을 들여다보면 작은 얼굴에도 감정이란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줄 때 뻔히 쳐다보는 아이의 눈빛은 뭔가를 호소하는 듯 싶었습니다.
소화 기능이 약해 자주 토해내는 아이에게 죽물과 보리차를 떠 넣으며 아이와 눈을 맞추는 동안 서서히 측은한 생각 이상의 짜릿한 모성애가 가슴속에서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아이에게 매달리다 보니 집안 살림은 어긋났고 밤낮없이 울어대는 아이 울움소리에 집안은 온통 시끄러웠으니 남편과 세 아이들도 짜증스러워 했습니다.
축복받지 못한 한 생명이 다시 소외당하는 운명으로 전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잠 한숨 제대로 못 자게 하는 아이를 향한 제 마음은 한달 33만 원 보수를 떠나 어떤 끈끈함으로 서서히 엮여져 갔습니다. 질긴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기가 새 둥지에서 적응하가까지는 진땀나는 전쟁을 4∼5개월 치른 다음이었습니다.
모진 산고 끝에 얻은 해산의 기쁨이 그와 달랐을까요. 고충이 심했던 만큼 아이에 대한 애착이 강한 모성애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얼르고 달래면 방긋 웃는 아이의 얼굴에서 저는 권태로운 삶으로 힘들었던 50대의 우울증을 치료했고, '으앙'대며 울어 젖히는 아이의 울움소리에서 싱그러운 생명력을 충전받았습니다.
아이가 옹알이 할 때면 세상의 어떤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보다 더욱 신선하고도 향기롭게도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사랑스럽고 가엾은 어린 것을 낯선 나라 낯선 인종의 품안에 넘겨줄 수 없다는 강한 애착이 제게 또 하나의 험준한 산을 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바늘 끝도 안 들어 갈 만큼 아이에게 냉담했던 남편의 마음을 녹이고, 사뭇 거부반응을 보이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돌이켜 녀석을 우리 집 가문의 호적에 어렵사리 올려놓고 났을 땐, 읽어버릴 뻔한 보물을 움켜쥔 기분이상으로 행복하고 뿌듯했습니다.
.김진영'이란 이름으로 소외당했던 어린 생명이 '류석규'란 새 이름으로 탈바꿈된 지금. 녀석은 우리 집 다섯 식구의 관심과 사랑을 독점하는 재롱둥이 보물단지가 되었습니다.
볼품사납게 물거졌던 배꼽은 사과 꼭지처럼 예쁘게 들어가 있고, 쉬어버렸던 성대는 고운 목소리로 바뀌어 온 집안에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들려줍니다.
욕심이 많고, 자기 주장이 강한 녀석이라 심통을 자주 부리지만 그 모습도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뒤늦게 늦둥이 키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저는 이렇게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행복을 선사해준 석규의 생모에게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장난감을 옆에 가지런히 챙겨놓고 노곤하게 잠든 아이의 얼굴에 살포시 웃음이 감돌고 있습니다.
석규는 지금 꿈속에서도 즐거운 생각을 하나 봅니다.
세상 근심이라고는 한 구석도 없는 평화로운 모습으로 잠든 아이 얼굴을 들여다보며 녀석의 앞길이 평탄하기를 하느님꼐 간구합니다.
이 땅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석규(김진영)의 생모에게도 행복이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꼭 행복하세요.

김흥순 / 서울 동작구 사당동
* 이 편지는 지난 해 우정사업진흥회 편지쓰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김흥순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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