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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moon  [homepage] (2005-05-13 09:55:28, Hit : 2536)
:: 3-22 너는 대포 선수의 딸이란다
춘자(읊조림): “엄마 일 가는 길엔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아~ 봄이다. 봄.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파릇파릇 생명이 넘치는 봄.
춘자의 계절인 봄이 돌아왔건만 이내 몸은 왜 이리도 쓸쓸할까?

춘자 : “봄비 따라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봄비는 내리는데... 에구! 나는 기다릴 사람도 없구... ”

딸 : “아니 왜 없어? 아빠 있잖아. 그럼 엄만 아빠 안 기다려?”
춘자 : “우우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을... 우우 그리워 말...”
딸 : “엄마! 아빠랑 싸웠어? 왜 노래들이 그렇게 다 슬퍼?”
춘자 : “니가 들어도 내 노래가 슬프게 들리니?”
딸 : “응 너무 청승 맞어. 꼭 남자한테 뻥하고 걷어차인 여자 같애”
춘자 : “옛날에 아빠보다 훨씬 잘생긴 남자가 엄말 좋아했었다 너?”
딸 : “에이 거짓말... 근데 왜 아빠랑 결혼했어?”
춘자 : “그러게 말이다. 근데 아빠가 또 남다른 능력은 있잖니...”
딸 : “뭐 그러시겠지. 엄마가 어디 손해 보는 짓을 했겠어?”
춘자 : “그게 아니고, 니 아빠 왕대포 쏘는 데는 아주 선수였다!?”
딸 : “그럼 아빠가 군대에서 대포 쏘는 선수를 했다는 거야?”
춘자 : “어디 군대에서 뿐이겠니? 그냥 아무 데서나 뻥뻥 쏴댔지”
딸 : “그럼 사람들이 막 다치잖아. 대포가 얼마나 무서운 건데...”
춘자 : “무섭지. 그럼 무섭고 말고... 그건 이 엄마가 잘 알지”

아닌 게 아니라 우리 남편의 대포는 위력이 상당했다.
난 남편이 호남 갑부의 아들인줄 알았으며,
누구보다 머리가 좋고 능력이 뛰어난데,
단지 운이 따라주지를 않아서 아직도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남편의 허풍은 결코 허풍처럼 보이지 않는 오묘한 특징을 갖고 있어서
난 그걸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었다.

딸 : “아~! 아빠가 그렇게 훌륭한 대포 선수였었구나. 어쩐지...”
춘자 : “뭐가 어쩐지니?”
딸 : “내가 또 그렇게 피구를 잘하잖아. 아주 그냥 대포라니까...”
춘자 :“넌 아빠 닮아서 좋겠다? 너도 나중에 대포는 잘 쏘겠다 얘”
딸 : “앗싸~! 그럼 나도 아빠처럼 훌륭한 대포 선수가 돼야지~!”
춘자 : “우리 노래 부를까? 이번엔 신나는 노래하자. 일어나봐.
안무는 뭐 대~충 술 취한 사람처럼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면 되구.
손은 이렇~게 해서 대~충 흔들면 돼. 자 한 번 해볼까?”
딸 : “무슨 노랜데?”
춘자 : “무슨 노래... 음... 제목이... 아! 맞다. 호랑버러플라이...”
딸 : “그런 노래두 다 있어?”

나는 그런 노래가 당연히 있다고 했다.
이 노래의 특징은
끝날 때 반드시 “우헤헤헤헤!” 하고 웃어 주는 게 백미라는 것도 강조했다.

춘자 : “자 그럼... 나는 노래를 할테니, 너는 춤을 추거라”
딸 : “응 엄마! 호랑버러플라이... 앗싸 재밌겠다~!”

나는 ‘그럼’이라고 두 번이나 힘주어 말한 뒤 노래를 시작했다.

춘자 : “아앗싸 호랑나비! 앗싸 한 마리가. 앗싸 꽃밭에...”

노래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남편이 퇴근해서 온 모양이다.
딸아이는 호랑버러플라이 춤을 추다가 말고 현관으로 쪼르르 달려 나갔다.

딸 : “아빠! 아빠가 대포 쏘는 선수였다며?
나도 아빠처럼 유명한
대포 선수 될 거다? 아빠! 정말 잘됐지?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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