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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moon  [homepage] (2005-05-13 09:49:01, Hit : 2605)
:: 3/18 간만에 노래방에 가고 싶었다.
노래방에서 미친 사람처럼 보이고 싶으면 반드시 혼자서 가야 한다.
주문한 저알콜 음료가 도착하면 일단 하나 정도는 마개를 딴 뒤,
본격적인 궁상에 돌입한다.
무대 매너는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우선 노래방 기계 가까이에 위치해라.
마이크줄은 동그랗게 말아서 마이크와 함께 잡은 뒤,
나머지 한 쪽 팔은 힘을 완전히 뺀 상태에서
허공에 대고 팔랑팔랑 흔들어주면 꽤나 청승맞아 뵌다.
그 손에 탬버린이 살짝 들려 있는 모습도 썩 괜찮다.
그래 주면 당신은 이미 인생을 옴팡지게 체념한 사람처럼 비춰지는데
전혀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 앉아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건 아직도 교양적으로 보이고 싶은 자세이기 때문이다.
온 몸의 근육과 신경을 온통 이완시켜서 일어 선 뒤,
TV모니터는 45도 각도로 응시해야 한다.
표정 연출도 중요하다.
입을 크게 벌린다거나 얼굴을 찡그리거나 해서
괜히 열창하는 사람처럼 보이면 곤란하다. 그건 정상인들이나 하는 짓이다.
스텝 또한 경시하면 안 된다.
반동은 좌에서 우로 너울너울 흔들어 주면서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로 살폿살폿 부딪쳐 주어야 한다.
이 자세는 동네 예비군 아저씨가 방위병 앞에서
은근히 건들거리는 정도로 보이면 퍽 훌륭하다.

노래방엘 가고 싶었다.
뭐가 그리 바빠서 노래방도 못가고 사는지 모르겠다.
나의 애창곡은 주로 장혜진의 노래였다.
웬만큼만 불러줘도 뭔가 있어 보이는 게 어딜 가나 잘 먹어주던 레파토리였다.
상상속에서만 혼자 노래방에 가 있는 풍경을 떠올리고 있다가
그예 아래층에 사는 복길할머니를 찾아갔다.

춘자 : “언니 우리 심심한데 노래방에 안 갈래요?”
복길할머니 : “아~ 그런데 왜 가? 그런데 가면 못써~! 아~ 안돼!”
춘자 : “할머니... 아 참... 언니! 왜 노래방에 가면 안돼요?”
복할 : “아~ 요즘엔 그런 데도 샥시들이 나온대잖어. 그런 말도 못들었어?”
춘자 : “에이. 언니는... 그런데도 있긴 하나보죠. 대부분 안 그래요”
복할 : “근디... 나 같은 할망구하고 노래방엘 가서 뭐달라고...?”
춘자 : “뭘 달라긴요. 설마 할머니한테... 제가 뭘...”
복할 : “아니... 이 우라질 아주머니가? 내가 왜 할머니야? 언니라니까...”
춘자 : “아 그러니까...언니. 우리 스트레스 한 번 확 풀고 올까요?”
복할 : “나 노래 물러. 창가 안하고 산지가 언젠디. 그런덴 애들이나...”
춘자 : “할머니는 앞니가 툭 튀어나와서 잘할 것 같은데... 이미자처럼...?”
복할 : “응 그려~ 나가 젊은 땐 참 잘혔지! 이미자가 울고 갔응께...”
춘자 : “할머... 아니 언니! 저번에 보니까 타령도 참 잘하시던데요?”
복할 : “타령? 그럼~ 나가 젊은 땐 모다는 게 뭐가 있었간디? 응~!
석타안 백타안 타느으은 디이이~ 연기마안 포올 폴 나구우~요~”
춘자 : “여기서 이러지 말고... 자 지금 갑시다. 언니~”
복할 : “아 이눔의 아줌마가 미쳤나? 이렇게 몸뻬를 입고서 가긴 어딜 가?”

노래가 부르고 싶다. 슬픈 노래만 골라서 부르고 싶다.
그렇다고 혼자 노래방에 가서 궁상을 떨면서 미친 여자처럼 보일 수는 없었고...
같이 놀아줄 사람도 없다.
남편은 밖에서 자기 혼자 온갖 재미를 다 보고 다니는 동안
춘자는 오늘도 입에서 곰팡이가 핀다.
아무래도 어제 딸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아직까지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것 같다.
누구 하나 우군이 없다.
세상 모든 사람이 모두 적군이 되어 내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집으로 돌아와 화장대 앞에 서니 기다란 향수병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한 때는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일찌감치 남편을 만나는 바람에 가수의 꿈을 접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고음에서 자꾸 삑사리가 나는 바람에
내가 그냥 알아서 포기한 것이지만...

춘자 :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이크! 뽕짝이다. 나도 어느새 뽕짝이 좋아지는 나이가 된 것일까?
난 오늘 결국 노래방에 가지 못하고,
화장대 앞에 홀로 서서 행수병을 들고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전곡을 완창해내고 말았다.
가사는 다 틀렸지만.
에구... 이제 청승 그만 떨고 저녁거리나 사러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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