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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moon  [homepage] (2005-05-13 09:45:42, Hit : 2630)
:: 3/17 춘자, 정신교육의 세계에 몰입하다
딸 : “엄마 우리 가난해?”

이 무슨 뚱딴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란 말인가?
나는 이걸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지 일순간 혼란스러워졌다.
우리집은 가난하다고 할 수도 없고, 가난하지 않다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애매하다.

춘자 : “가난이란 말이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이란다”

나는 일단 제법 그럴듯하게 말을 시작했다.
사실 가난과 풍요는 우리 마음속에서만 결정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딸 : “그래서?”
춘자 : “그래서라니?”
딸 : “우리 가난하냐고?”
춘자 : “그러니까... 내가 지금 그 얘기 하고 있는 거잖니?”
딸 : “그래서? 가난하다는 거야 뭐야?”
춘자 : “어~ 총수입중에서 먹는데 지출하는 비율을 엥겔계수라고 하는데...”
딸 : “엄마 지금 모해? 쇼하는 거야? 그러니까 재밌어?”
춘자 : “닥치고 듣기나 해!”
딸 : “닥쳐? 그럼 닭 줘. 닭 치게...”
춘자 : “넌 애가 왜 그렇게 삐딱하니? 도대체 누굴 닮았길래...”
딸 : “엄마 닮아서 그렇지 뭐! 내가 닮긴 누굴 닮어? 옆집 아줌마를 닮나?”
춘자 : “이 녀석이 정말!”
딸 : “왜 날 때릴려구? 때리면 엄마 자식이 아프지 뭐 내 자식이 아픈가?”

하여간 큰일이다.
애가 요즘 들어 부쩍 인터넷만 붙들고 살더니만 어디서 못된 유머만 배운 것 같다.
이 봉춘자가 어떤 봉춘잔가?
성질 더럽기로는 천하제일인 본춘자가 그냥 넘어갔을 리가 없다.
어두컴컴한 냉장고 뒷구석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회초리가
드디어 정신교육 전선으로 출동하는 순간이다.
참고로 이쯤에서 내 소개를 드려야겠다.
나는 여고시절에 고적대였던 친구로부터 지휘봉 돌리는 기술을 완벽하게 습득했다.
그 솜씨는 사랑의 매를 들고서도 매우 찬란하게 빛나곤 한다.
휙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사랑의 매’의 율동에 딸아이는 완전히 넋이 빠진 듯 했다.
폭풍전야 같은 고요가 수초 정도 흘렀을까?
얼핏 ‘사람 살려’하는 소리와 ‘왜 때려요’하는 비명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지만,
나는 회초리가 보여주는 그 현란한 몸짓에 스스로 도취해서
준엄한 정신교육의 세계로 더욱 더 몰입해갔다.
내가 어릴 적 우리 엄마의 부지깽이 솜씨는 고품격 행위예술이었다.
엄마는 무림세계의 달인들만이 구사할 수 있다는 <엑스자로 후려치기>부터
일격에 하반신과 상반신에 이어 머리통까지 정확하게 가격하는
<3단 치기>의 진정한 고수이셨다.
게다가 부지깽이가 무섭다고 도망을 칠 수도 없었다.
만약 줄행랑을 치는 녀석이 있을라치면
엄마는 왼발을 높이 들어 와인드업 자세를 취한 뒤 곧바로 ‘강속부지깽이’를 뿌리셨고,
꽁무니를 빼던 녀석은 스트라이크 존을 정확하게 파고드는 부지깽이에 맞아
단발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땅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그래서 우리 자매는 누구나 머리통에 땜통자국 두어 개씩은 고이 간직하고 산다.
설령 우리가 이산가족이 된다 한들 그 땜통만 확인하면 직방이다.
어쨌든 내가 바로 그 엄마의 자랑찬 딸이다.
아무래도 내 몸속에는 무사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울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은 더욱 못생겨 보인다.
어쩜 저렇게 지 애비 얼굴을 빼닮았는지 모르겠다.
씨도둑은 없다는 선조들의 말씀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TV앞에서 30분간이나 만세를 부르고 있던 딸이 무지하게 반성한 표정을 자꾸 지어 보이길래,
나는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풀었다.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곧 시작할 시간이었다.

춘자 : “당장 가서 반성문 써 와!”
딸 : “그럼 손 내려도 되요?”
춘자 : “그럼 너는 손이 세 개니?”

춘자 오늘도 사고 쳤다. 이러고 나면 밤새 마음이 무겁다.
아무래도 오늘은 악몽을 꿀 것 같다.
오늘 밤에도 그 머슴이 쫓아오는 꿈을 꾸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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