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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moon  [homepage] (2005-05-12 13:41:51, Hit : 2509)
:: 3/15 낚시도 주제에 맞게 던져라
발랑 발랑 발랑 발랑.... 발랑 발랑 발랑 발랑....
우리 집 전화벨소리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집 전화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다. 이 소리는 말죽거리 로타리 근처에 사는... 서른 넘도록 배필을 정하지 못해서 애를 태우는... 사촌동생이 전화할 때 나는 벨소리다.

사촌 : “언니 머해?”
춘자 : “아유~... 너무 심심해서, 어제 우리 딸이 빌려온 책 읽고 있다”
사촌 : “무슨 책인데?”
춘자 : “응... 그냥... 음...전태일 열사가...”
사촌 : “전태일 열사가 뭔데?”
춘자 : “너 그럼 이준 열사는 아니? 몰라? 넌 도대체 아는 게 뭐니?”
사촌 : “음... 남자?! 하여간 내가 또 남자는 무지하게 좋아하지...음!”
춘자 : “응~ 그래서 넌 그 나이를 먹도록 허벅지만 꼬집어대고 있냐?”
사촌 : “근데, 언니! 언니! 언니는 사탕 몇 개나 받았어?”
춘자 : “나? 한 개. 너는?”
사촌 : “애걔~ 달랑 한개? 어이구야~ 봉씨 가문의 체면이 있지...”
춘자 : “나도 얘. 처녀 때는 트럭으로 싣고 다녔다 얘. 우리집에는 화이
트데이 때 내가 받은 사탕만 보관하는 창고가 따로 있었어 얘”
사촌 : “언니 나 외롭다. 진짜 외로워 죽겠어. 남자들은 날 보면서 그림
의 떡이나 오르지 못할 나무로만 보는가봐. 바보 같은 자식들.”
춘자 : “그러니까, 괜히 여기 저기 쑤셔대지 말고 하나만 잡아. 왜 어느
영화에도 그런 말 나오잖아. ‘난 한 놈만 조진다’ 그런거...”
사촌 : “어머 어머... 세상에 그렇게 감동적인 영화가 다 있었나?”
춘자 : “너는 도대체 아는 게 뭐니?”
사촌 : “음... 돈?! 하여간 내가 돈 하나는 또 무지 좋아하지... 음!”

생각할수록 불쌍한 계집애다. 주제도 모르고 꼴에 눈만 높아서 서른이 넘도록 헛물만 켜고 있는 그 녀에게 나는 한없는 자비를 베풀고 싶어졌다.

춘자 : “봉양아! 형부가 남자들 그 엉큼한 속셈은 전문이잖니. 잠깐~?”
남편 : “잘 있었는가? 그려. 나야 뭐. 춘자 바가지 땜시 하루도...
응 그려. 하루도 행복하지라. 하하하! 근디 야밤에 뭔 일인가?”

남편은 대단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경청했다. 스프링 달린 인형처럼 연신 끄덕거리는 남편의 고개에, 나는 부목을 댄 뒤 허리띠로 꽁꽁 잡아매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리고 남편은 무엇이 그토록 한탄스러운지 땅이 꺼져라 한숨까지 푹푹 내쉬었다. 저러다가 남편이 금방 통곡이라도 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본디, 이야기를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장기를 가진 사촌 동생에게 걸려들었으니, 남편은 앞으로도 두어 시간은 저러고 있어야 할 운명이었다.

춘자 : “아니... 이러다 밤 샐거야? 둘이 사귀어? 대충 얘기하고 끊어!”
남편 : “거시기 처제. 응. 긍게. 내 말도 좀. 응. 낚시는 좀 해봤능가?”

저건 또 웬 개뼈같은 발언이란 말인가? 그 대목에서 낚시라니?

남편 :“처제가 너무 깊은데다 낚시를 던진 거거든. 그러면 고기가 무나?
그렇지. 안 물겠지. 낚시바늘이 엄한데서 동동 떠있는 꼴이제. 잉?
긍게 바위도 좀 있어불고, 풀도 좀 있어불고, 거시기 대충 깊은데
다가 던져야...응! 그려. 잘 맞히는구마. 콱 무는 거거든...잉~!”

아무래도 저렇게 밤을 지샐 것 같다. 나는 조용히 베란다로 나갔다. 별도 참 없기도 하지. 하여간 도시의 밤하늘이란... 영 낭만이 없어서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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