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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moon  [homepage] (2005-05-12 11:18:39, Hit : 2402)
:: 3/7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봉춘자
춘자 : “마술이나 한 번 배워 볼까?”

내가 갑자기 마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진짜다.
아니 뭐 꼭 진짜라기보다는...
그래~! 솔직히 말하면 부자가 되고 싶어서다.
마술모자 속에서 끝도 없이 돈다발이 나와만 준다면 진짜 행복할 것 같다.

춘자 : “얘! 엄마가 마술을 매우면 너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니?”
딸 : “그럼 엄마가 아빠를 통속에 넣고서 막 이상한 짓 하고 그러는 거야?”
춘자 : “얘는 마술이 꼭 그런 것만 있는 건 아니지. 음 이를테면... ”

나는 설날이나 추석 때마다 TV에 나오던 세계적인 마술사의 마술에 대해서
입에 거품까지 물어가면서 이야기해주었다.

딸 : “엄마가 그런 걸 배워서 뭐하려구?
춘자 : “사람들이 그러는데 요즘 우리나라 마술사들 돈 엄청 번대.
그래서 마술학교 같은데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하잖니...”
딸 : “문전성시가 뭔대?”
춘자 : “어? 응~... 문전성시... 참 좋은 질문이구나. 그러니까... 문앞을....
뭐 그냥... 사람들이 무지 많다는 말이야”
딸 : “그럼 문 ‘문’자에 앞 ‘전’자네? 그럼 ‘성’자하고 ‘시’자는 뭐야?”
춘자 : “넌 말야 그런 거 아직 몰라도 돼! 아무튼 사람들이 무지 몰려든대”
딸 : “엄마! 난 알고 싶은 건 꼭 알아야 되거든? 성자하고 시자가 뭔데?”

괜히 어려운 말 썼다가 도사견처럼 끈질긴 딸아이한테 체면 구기고난 뒤,
나는 결국 국어사전과 한자 사전을 총동원해서 알려주어야 했다.

춘자 : “이룰 ‘성’자, 저자 ‘시’자.
그러니까... 사람들이 몰려와서 저자를 이룬 것 같다는 거야. 알겠지?”
딸 : “그럼 저자는 뭐야? <저자는 누구냐?> 그럴 때의 저자야?”

도사견한테 제대로 물린거다.
난 입술을 깨물어 가며 애써 상냥하게 말했다.

춘자 : “응~ 그래. 넌 참 질문이 많구나.
어쨌든 좋은 질문이다. 저자란 건 말이지. 시장을 말하는 거야.
옛날사람들은 저자라고 그랬어”
딸 : “그럼, 요즘은 왜 저자라고 안 해?”
춘자 : “얘 그만하자. 이러다 날 저물겠다. 하여간 엄마 마술 배워? 말어?”
딸 : “그건 엄마 맘이지~! 배우고 싶으면 배워!”
춘자 : “그런데 돈이 무지 많이 들어간대”
딸 : “그럼 배우지마!”

대답 한 번 명쾌하다. 언제나 O형인 딸아이의 대답은 A형인 나를 허탈하게 만든다.
도대체 내가 저런 꼬맹이를 붙들고 앉아서 뭔 짓을 했나 싶어진다.

사회자 : “네~! 방금 동남아 공연을 끝내고 돌아온 세계적인 마술사!
33,24,35... WBA 라이트급 챔피언 봉춘자~!”

다소 삼류스러운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핀조명을 받으며 난 무대로 나섰다.
우선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두어 마리 날려 보내고 난 뒤,
하늘에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한없이 쏟아져 내리게 했다.
그리고 감탄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관객들을 향해서
두툼한 돈다발을 계속해서 던져 주었다.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서 봉춘자를 연호했다.
어떤 관객은 눈물까지 흘렸다.

딸 : “엄마 뭐해?”
춘자 : “응? 마...술... 왜?”
딸 : “뭐 타는 냄새 안나?”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삶던 속옷을 모조리 태워버린 순간이다.
내가 제일 아끼던 꽃무늬 레이스가 달린 팬티까지 다 타버렸다.
이게 현실이다. 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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