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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moon  [homepage] (2010-03-08 17:33:00, Hit : 3142)
:: 3-31 대관절 축구가 뭐 길래...(삭제후 재입력)
남편 : “얼라? 하여간 쟤들은 정말... 거기서 개발질이나 해불고 어유~ ”

축구 중계를 하는 날이면 집안에서 TV를 아예 없애버리고 싶다.
무슨 말을 해도 그저 건성으로 “오매 그렸는가?”
혹은 “우짜쓰까”나 내뱉을 뿐 정말이지
옆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를 지경이다.

남편 : “슛~! 슛~! 에이... 야 임마!
거기서는 디딤발에 힘을 빼고 인사이드로 감아서 차야지.
하여간 쟤들은 정말...”
춘자 : “축구도 할줄 모르는 사람이 뭘 그렇게 아는 척을 해?”
남편 : “우짜쓰까?”
춘자 : “뭐가 우짜쓰까야? 우짜쓰까는...”
남편 : “야! 야! 동국이가 비었잖아 동국이가. 그렇지! 그래 그거야 그거!”
춘자(신문선 투) : “아~! 아주 꼴값 떨고 있는 거예요. 아~ 저건 아니죠”
남편 : “오매 그렸는가?”
춘자(신문선투) : “아 저기 저 선수가 박지성 선수거든요. 아 잘해요.
아주 잘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사우디 한테 지고 시껍하지 않았습니까?”
남편 : “오매 그렸는가? 우짜쓰까 잉?”

남편은 말로만 스포츠 전문가다.
자기말로는 호나우두나 지단 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였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까 전교생이 100명도 안되는 시골 분교에서
시아버지의 로비로 어떻게 골키퍼 후보가 되긴 했지만
상대선수가 넣는 골보다 골키퍼가 실수해서 먹는 골이 더 많아서
결국 팀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그러한 사실은 남편의 고향인 벌교 인근에서는
지금도 무슨 괴담처럼 쉬쉬하며 떠돌고 있다고 한다.
하여간 우리 남편 축구 못하는 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아는데,
어떻게 자신만 모르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진짜 불쌍한 사람이다.

남편 : “어 어 어? 지성아 영표한테... 그렇지... 슛~!
아야!
오매야 아파 죽겠는 거...
춘자야 이리 와봐라. 내 발 어디 부러진 거 아니냐?”

내 언젠가 한번은 저럴 줄 알았다.
축구 중계를 보면서 완전 생쑈를 하는 남편 모습은 정말 혼자보기 아깝다.
마치 자기가 드리블을 하는 양 몸을 움찔거리면서 좌우로 비틀기도 하고,
공연히 허공에 주먹질을 하질 않나,
슛찬스가 나면 그 발냄새 심한 족발을 휘저어 대는 통에
반경 2미터 내외는 졸지에 위험지역으로 변하고 만다.
어제도 그 난리를 치다가 이영표 선수가 첫 골을 넣는 순간,
남들은 좋아서 펄펄 뛰고 있는데
우리 남편은 한쪽 발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서 겅중겅중 뛰어야 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경박스럽던지
나는 속으로 ‘저게 내 남편이 맞나?’ 살짝 의심을 해봤다.

어쨌거나 우즈베키스탄을 이겼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남편은 오늘 아침 퉁퉁 부은 발위에 물파스로 범벅을 하고서
뒤뚱거리며 출근을 했다.
아... 축구가 참 여러 사람 폐인 만드는 것 같다.
도대체 그 놈의 축구가 뭐 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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