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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배우자가 혼자서 여행을 가겠다고 하면...
lakemoon  2003-03-06 21:27:53, VIEW : 3,024
최-
이 장마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겠지만....
여행은 생각만해도 가슴이 부풀어 오릅니다.

소-
어떤 조사를 보니까.....
올해 직장인들의 60% 이상은
돈이 없어서 여름휴가를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서민경제의 주름살이 펴진 것 같지 않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최-
그러세요?....소영선씨도 돈이 없어서 못가세요?

소-
저야...텐트 하나 둘러 메고 가면...뭐 그렇게 돈 들것도 없지만....
시간이 안나서 못가는 경우죠.

최-
천상병 시인은 인생을 소풍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여행같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서는 것이고..
둘이 떠나는 여행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것이고..
셋 이상이 떠나는 여행은
즐거움을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는 얘기요.

소-
혼자 떠나는 여행은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구요?
자기를 잃어버릴 수도 있나요? 기억상실이래요?

최-
이래서....
저희 어머니는 무식한 남자하고는 말도 하지 말라고 하셨나보네요.
뭐....얘기를 받아주는 재미가 있어야지.....

소-
가요쇼 스튜디오에는 삐삐 말라 비틀어진 북어 같은 인물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고길동인데....우린 그 사람 본명 보다는
고길동으로 기억하고 있지요.
재미 하나 없는 고길동씨의 취미가 있다면
그저 퍼져 앉아서 술 퍼먹는 거 하고.....
가끔 바닷가로 여행을 가는 거라고 합니다.

최-
지자요수 인자요산...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고길동씨는 보기와는 다르게 지혜로운 사람인가보네요...

소-
(도올 식)그러니까...이게...이게....
자왈......공자가 이르기를......에?
智者樂水, 仁者樂山,
智者動,.... 智者樂, 仁者壽......아시겠어요?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자는 움직이고 어진 자는 고요하며,
지혜로운 자는 즐기고 어진자는 오래 산다 .....이거거든....아시겠어요?

최-
보고 읽으면서....아는 것처럼 뻐기지 말고....
진도 나가세요....

소-
(알까기 식)네...진도....
진도...여행지로 좋습니다....
진도개....네? 아이큐가 98이라고 하지요....참고로 저는 97입니다.
뭐...쉬운 말로 하면 진도개 보다 1이 적지요....
우리 가수중에는
진도 출신이라고 해서 박진도라는 가수가 있지요...
요즘 야간알차라는 노래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박진도 9단은....네~

최-
이 사람이....하나도 재미 없으니까....진도 나가라니까요?

소-
하여간....제가 볼 땐....절대 지자로 보이진 않지만....
고길동씨는 여행을 갈 때 마다 바닷가로 갑니다.
그것도 늘~ 동해로만 다니는데.....
말 안하고 꾹~ 참고 있던 가족이 드디어 민중봉기를 일으킵니다.
오공녀씨....더 이상은 못참겠다는 듯이.....

최-(오공녀)
"길동씨....나...안가! 질리지도 않아?
항상 똑같은 데 가서... 항상 똑같이 술만 퍼먹고.....
아침 늦게 일어나서...대충 김치찌개 끓여먹고....짐싸서 집에 오고....
그런 여행이라면....길동씨....혼자 가! 나 안가! 안가!"

소-
고길동씨의 외동딸 난난이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죠.
권력의 무게 중심이 이미 오공녀에게 있다고 간파한 난난이....
언제나 엄마의 말에 무조건 찬동하고 나섭니다.

최-(난난이)
"길동씨~...아니....아빠! 나...안가! 아빠는 질리지도 않아?
항상 똑같은 데루만 가구...항상 술만 먹구....
그런 여행이라면...길동씨나...아니...아빠나 가! 나 안가! 안가!"

소-
난난이는 참 어려운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그냥..."맞소~! " 한마디면 되는 걸....그냥 다 따라하고 있으니 말이죠.
하여간...고길동씨는.....한 달에 한 번은 어디든지 여행을 다녀와야.....
또 한동안은 잠잠해지는 성격이라
어떻게든 이번 여행을 성사시키려고 애를 씁니다.

최-
하지만...고길동씨의 여행 스타일에
이미 질릴대로 질려버린 가족들은....한사코
"나 안가! 안가!"만 되풀이 하고 있을 뿐입니다.

소-
고길동씨로서는....그런 가족들이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주말에 집에서 TV 켜 놓고 뒹굴뒹굴 구르느니
코끝에 맑은 바람 쐬주고 오는 게 얼마나 좋은데.....
그리고...솔직히 어느 바다를 가봐도....동해만한 데가 없던데....
뭐? 지리산도 못가봤다고?
산에 가봤자 어디를 둘러 봐도 나무나 바위 뿐이고
사방이 꽉 막혀 있어서 답답하기만 하던데.....그게 뭐가 좋다고...
어쩌구 저쩌구 계속 궁시렁거립니다.

최-
오공녀씨는.....
'저런 사람을 믿고 인생을 맡기는 내가 불쌍하지...어휴 내 팔자야....'로
시작하더니...급기야....
고길동의 자존심을 건드립니다.
'돈을 잘 벌어와봐....여행가자면 얼른 가지.....
아무리 신물나게 지겨운 동해라도....누가 안따라 나서...
주제를 알고 여행을 다녀야지....어휴....내 팔자야...'

소-
고길동씨...그래도 참을 만 했답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난난이의 말 한마디에....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답니다.
분위기 파악을 못 한 난난이...

최-(난난이)
"맞어....돈을 잘 벌어와봐....얼른가지....어휴 난난이 팔자야..."

소-
그 날.....고길동....분을 참을 수 없어서....
또...머리를 씁니다.....
남들은 머리를 지혜를 짜낼 때 쓴다고 하지만....
고길동의 머리는 주로 박치기 할 때나 쓰는 편입니다.
머리로 벽을 강하게 한 방 들이 박고.....
문을 쾅 닫고 집을 나선..고길동....
혼자라도....여행을 가야겠다며...자동차에 오릅니다.
하지만.....자동차 계기판을 보고 경악하며 시동을 끄고 맙니다.
기름이 하나도 없었던 거죠.

최-
오공녀씨 말이 맞네요.....
돈이라도 잘 벌면.....기름이 바닥날 때까지 타고 다니진 않겠죠.
그러니까....마누라 쌈지 돈 털어서 여행가려고 했던 거잖아요.

소-
고길동씨 뿐 아니죠.
이 시대의 남편들 불쌍합니다.
쥐꼬리 같은 월급이라고 받아봤자....
한 푼도 남김없이 통장을 쥐고 있는 마누라 한테 들어가죠.......
상사한테 혼나고 굴욕적으로 참아가면서....몇 푼 벌어다 주고나서....
겨우 용돈을 타서 쓰는 남편들이....무슨 돈이 있겠어요....

최-
그럼 쓸데 없는 여행은 가지 말아야죠...
아껴야 잘 살지....펑펑 써서 어떻게 아이들 교육을 시킵니까?

소-
그 얘기 하다 보면 얘기가 곁길로 새니까...그만하죠.
고길동씨....다시 집으로 들어가....
다짜고짜...오공녀씨 한테 돈을 요구합니다.
"(와룡봉추 식)돈...20만원 내놔."

최-(오공녀)
"돈?....돈 없어.... 언제 나한테 돈 구경 시켜줬어?"

소-
하지만...그런다고 고길동씨가 한 번 품은 뜻을 굽힐리 없습니다.
곧바로 수색작전에 들어간 길동씨....공녀씨의 지갑을 찾아내....
정확히 20만원을 꺼내 다시 집을 나섭니다.
강릉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 민박을 정한 길동씨...
칠흑같은 바닷가에 주저앉아
신세한탄을 하며....소주 4병을 비웠습니다.
해변의 바위에 몸을 던져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길동씨의 귀에는
마치... 따귀를 제대로 맞을 때 나는 소리처럼 들리더랍니다.

최-
자기가 무슨 짖을 한 건지 .....뉘우치고 있다 보니까...그렇겠죠.
다음 날 밤 늦게야 집으로 돌아온..길동씨.....
"어느 여자하고 바닷가에 있다가 이제야 들어 왔느냐?"는
공녀씨의 다그침을 참다 못해......
또 다시 머리를 썼답니다. 벽에다 박치기하기....그것도 아주 장렬히 하기....

소-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삶에 활력을 줍니다.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거죠.
하지만....
여행도 여러가지 사정과 형편을 살펴 가면서 다녀야....
뜻깊은 여행이 되겠죠.

최-
답이 뭐지요? 오늘의 문제는.....이겁니다.
만약 당신의 남편이나....아내가.....혹은....애인이....
'나....혼자 여행을 다녀 와야겠어.....
정리 할 것도 많고.....잃어버린 나를 찾아봐야겠어'
요러면서....
혼자만의 여행을 간다고 하면.....
배우자인....그리고 애인인...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소-
사실....
서로 다르게 생긴 톱니바퀴를 억지로 맞춰 가면서 살아야 할 때가 많은
세상살이는....많은 스트레스를 줍니다.
가정, 친척, 직장에서의 견기기 힘든 고통과 갈등을 몸 하나로 버티면서...
살아가다 보면.....
"도대체 나는 뭐지?....
나도 인간인데.....나도 아프고....나도 화가 난다구.....
나는 아무 감정도, 자존심도.... 아무 생각도 없는 돌덩어리가 아니라구...
내가 이렇게 살려고....지금껏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건 아니라구....
나도 폼나고 멋있게 살고 싶은 사람이야....왜 이래... "
이런 생각 들죠....

최-
그래서.....여행을 혼자 가겠다구요.....
낯 선 곳에 혼자 가면....아무래도 마음이 감상적으로 되면서...
딴 짓 할 가능성이 커지는 거 아녜요?
자아....자신을 찾는다고 하다가....
엉뚱한 여자나 찾으려구요?
내가 그 입장이 되도 반대네요...뭐.....

소-
남자만 혼자 여행가고 싶은 게 아니죠.....
집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림만 하다 보면.....
아내의 입장에서도.....
"내가 이게 뭔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한 때는 문학소녀의 꿈을 키우면서....
나중에 예쁘고 곱게 살고 싶었는데....이게 뭐야...?"
이런 생각도 들면서
문득 어디론가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많답니다.

최-
전 안 그런데.....

소-
나중에 아줌마 돼보세요.....

최-
그럼... 소영선씨는 아줌마가 돼 봐서 아시나요?

소-
하여간...누구나.....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의 전화를 받겠습니다.
마음 고생 몸 고생 많던....당신의 아내가...남편이...애인이.....
"혼자 여행을 떠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주..다양한 얘기들이 나올 수 있겠는데요....

최-
저 같으면....반댑니다.....머리를 식혀도 가족과 함께 식혀야지.....

소-
저라면....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혼자 있어야만......많은 생각도 하고.....정리도 하고...그러는 거지....
아니면.....아무 생각도 안하고.....
머리를 비운채.....그냥...하늘을 보고 누워 있을 수도 있고......

최-
저러니까...아직 장가도 못가지....

소-
저러니까....시집도 못가지....

최-
멍청한 우리끼리 이러지 말자니까요? 아참 난...안멍청하네....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번호는......

소-
네.....전화로 의견주신 분께는 작은 선물도 드립니다.
전화번호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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