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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초보운전자가 태워준다고 한다면
lakemoon  2003-03-06 21:20:58, VIEW : 2,989
최-
자신은 남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거나 생각한다고 하는게
오히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
여러가지 경우가 있겠죠....
할머니가 주머니를 뒤적뒤적거리다가 틀니와 함께 붙어 있던 사탕 한 개를
"얘야...이거 하나 먹어라..."하면서 주시면....
그걸 받아 먹어야 하는 건지....안 먹는다고 해야 하는 건지....

최-
늦은 밤....
소영선씨나 고길동씨 보다 흉칙하게 생긴 남자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열림버튼을 누르고 내가 오는 걸 기다리고 있다면....
그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건지....
아니면....그냥 12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는 건지...

소-
최형우씨 보다 더 뚱뚱한 여자가...
많은 남자 가운데....유독 나를 지목하면서....
참 편하고 친절하게 생겼다면서
다리를 다쳤으니까...병원까지 업어달라고 할 때
그 무거운 여자를 기쁜 마음으로 업고 병원까지 뛰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지금 화장실이 매우 급하다면서 피해야 하는 건지....

최-
말할 때 유난히 많은 분량의 침을 튀기는 영선이란 남자가....
괜히 다정한 척 하면서....밥풀이 잔뜩 묻은 숟가락으로
이것 좀 먹어보라며....음식을 떠 줄때....
이걸 받아 먹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됐으니까 너나 실컷 먹으라고 해야하는 건지....

소-
어쭈구리~...지금 한 번 해보자는 거예요?
겨드랑이에서 이상한 냄새를 무지하게 풍기는 형우라는 여자애가...
더워 죽겠는데...괜히 옆에 바짝 붙어서 아양을 떨때
이걸 귀엽다고 해야 하는 건지...
이단 옆차기로 시궁창에 날려 버려야 하는 건지....

최-
얼씨구~? 요것봐라~!

소-
요것~...지금 나한테...'요것'이라고 말씀을 해버리신거예요?...지금..?

최-
그러니까...제 말은요....
친절이나 도움을 베풀 때도....
남의 입장을 봐가면서...해야 고마운 것이지....
자기의 생각만으로 그러다간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거죠...
따라서....
사람은 영선씨처럼 멍청하면 안된다는...뭐...그런 얘기죠...

소-
최형우씨 보다 똑똑하고 잘생긴 내가 참겠습니다.

최-
참아 봤자 자기 손해지 뭐.....바보~
오늘의 주제는...병아리입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완전 초보....순초보...왕초보...
하여간 초보에 관한 얘깁니다.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엽기초보라고 할까요?

소-
고길동씨는 주식은... 소주로 알려져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들은 "야..우리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이러는데
이 양반은 어떻게 된 동물인지...
"야...우리 점심이나 한 잔 하러가자"이럴 정도니까요...
그러다 보니 남의 자동차를 얻어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음주운전은 안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최-
21살 부터 마신 술병을 모두 모으면...최소한 만5천병은 될거랍니다.
그리고 술로 마셔버린 돈을 다 모았다면....
북한에 식량원조를 다 해주고도 남을 돈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하여간...우리나라가 아직도 경제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게...
다 저런 사람 때문이라니까....

소-
그 돈 다 모았으면....우리나라 실업자 다 구제하고도 남을걸요?
얘기가 잠시 엉뚱한 데로 샜습니다.
그 날도....저녁 술자리가 끝나고...
고길동씨는 집으로 전화를 합니다.
"어~ 난난이냐?...응...그래 난데....마누라님 좀 빠꿔라"
참고로 아무것도 무서운 게 없는 고길동씨는
유독 마누라를 무서워 한답니다.
그래서인지 꼬박 꼬박 마누라님이라는 표현을 쓴답니다.

최-
횡설수설.....고길동씨 말의 요지는....
자기를 태우러 와달라는 얘깁니다.
고길동씨는...택시비를 아끼려고....
완전초보인 부인의 차를 얻어타고 들어갈 모양입니다.
택시비는 자기 용돈으로 나가지만
부인의 차 기름 닳는 건 자신의 용돈과 관계가 없다는 잔꾀를 부리는 거죠.

소-
하지만...고길동씨....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금세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덜컹덜컬...쿨렁쿨렁거리며 달려온...고길동씨의 처 오공녀씨는....
완전히 로보트 같은 모습으로 운전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장렬해 보이던지....
마치 배수의 진을 치고 전투에 임하는 병사 같더랍니다.

최-(오공녀)
"(떨리는 목소리로)
길동씨...빨리 타....안전벨트 꽉 매고...
자...탔지...간다아~"
소리를 외치더니...어설픈 동작으로 전진 기어를 넣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시동을 꺼트리더니....
천신만고 끝에...출발을 합니다.
태엽을 잔뜩 감은 장난감 강아지가...태엽을 놓자마자 튀어 나가듯이....
총알처럼 출발한 오공녀씨의 자동차는....
절대 기어를 2단 이상을 놓지 못하고....
요란한 굉음을 내며...집으로 향합니다.

소-
고길동씨...갑자기 술이 깨면서...정신이 맑아지더랍니다.
급출발과 급정거....급차선변경....
고길동씨는...문득 외동딸 난난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어린 것이 엄마 아빠 다 잃고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아직 유서도 안써 놨는데...
딸을 두고 이렇게 가는구나..싶어....
용기를 내서 마누라님께...말을 건넵니다.
"저...마누라님...내가 운전하면 안될까?"

최-
네...아시는대로 고지식한 선비의 피가 흐른다는 오공녀씨....
남편의 음주운전 제의에...무슨 말이 나오겠습니까? 뻔하죠....
"말시키지마...!"
네...오공녀씨는...남의 말을 들을 정신이 없습니다.
지금 아주 외롭고 고독한 필사의 전투를 벌이고 있으니까요...

소-
고길동씨...이러다간...큰일 나겠다 싶어....
더욱 용기를 냅니다.
"야...차 세워!"
아마 이대로 죽는 것 보다는....
차라리 무서운 마누라 한테 맞아 죽는게 낫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야...차 세워! 안 세워? 빨리 세워!"

최-
장렬한 모습으로 전투의지를 불태우고 있던...오공녀씨...
자신의 지위에 과감히 도전을 해오는 고길동의 "야" 소리는
아주 독똑히 들리더랍니다. 조금 얼굴이 일그러진..오공녀씨....
유관순 열사처럼 외칩니다.
"어떻게 세워~"
네...오공녀씨는 어쩌다 보니....가운데 차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양 옆을 쌩쌩 지나는 차들 때문에...차선변경을 못하는 모양입니다.

소-
결국 고길동씨가 유리창밖으로 팔을 휘저으며 교통정리를 한 끝에.....
오공녀씨의 달리는 흉기인 자동차를...
가까스로... 갓길에 세울 수 있었습니다.
"이 차 여기에 두고....택시타고 가자...
집에있는 난난이 생각도 안나냐?...이대로 세상 하직할 셈이야?..엉?"

최-
하지만...고지식한 선비의 피가 흐르는 오공녀씨....
한 번 품은 뜻은 결코 접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면...넌 걸어와라....난 이 차 몰고 갈테니까...."하더니...
문을 쾅 닫고 요란한 굉음을 내며...자동차를 운전합니다.

소-
고길동씨....아무리 마누라가 무서워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는 철학이 있는 사람입니다.
"야..위험해~...게 섯거라~....거기 서지 못할까~"
하지만...오공녀씨의 무기는 겨우 기어 2단을 넣고도
공포스런 굉음을 내면서...어둠속을 질주 합니다.

최-
오공녀씨라고....그런 운전을 하고 싶었겠습니까?
그래도 남편이라고....편한 귀가를 돕고 싶었을 뿐인데...
자신의 충심을 몰라주고....구박을 하는 남편이 밉기만 합니다.
사실 오공녀씨...너무 떨리고 겁이나서...
자신이 마치 지옥에 와있는 느낌으로 운전을 했다고 합니다.
그 날 다행히 별다른 사고가 없이 무사히 집에 도착한 오공녀씨....
집에 들어가자 마자...
난난이의 이름을 부르면서...실신을 했답니다.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나타나는...현상이겠죠...

소-
얼마 뒤....집에 도착한 고길동씨....
자신보다 먼저 와서 거실에 큰 대자로 누워있는 오공녀씨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습니다.
난난이는 엄마 곁에 앉아서.....

최-
"엄마...다시는 그런짓 하지 마오....난 엄마 없이 못산다우....
아빠가 나뻐....아빠가 술을 마시는 바람에 이렇게 됐잖우..."

소-
하면서....고길동씨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문제를 여기서 드리겠습니다.
만약 어떤 공포의 초보 운전자가
당신을 태워 주겠다고 하면....그 차를 타시겠습니까?
다른 핑계를 대고 타지 않으시겠습니까?

최-
만약 안타고 싶으시면....어떤 말로 사양을 하시겠는지요?
그러니까....
목숨을 걸고 타는 느낌이 드는 완전 공포초보의 운전자가....
친절을 베푸느라고....태워준다고 할 경우입니다.
여러분의 솔직하고 재미있는 대답을 기다리겠습니다.
전화 번호는.....

소-
전화번호 다시 한번......




20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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