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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길로 오던 자동차가 끼어들려고 한다면...
lakemoon  2003-03-06 20:39:44, VIEW : 3,017
최-
이 번 설연휴는 참 조용하고 차분하게 잘 지나갔습니다. 그렇죠?
귀성은 분산돼서 별 걱정이 없었지만...
귀경길은 극심한 혼잡이 예상됐었는데...
다행이 그렇게 큰 교통대란은 없었다고 합니다.

소-
오늘과 내일까지 휴가를 준 직장이 많아서 귀경객이 분산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하죠?
누군 좋겠다....그렇게 오래 놀고....

최-
그 건 노는게 아니구요.
좀 유식한 말로 'refresh' 그러니까 ...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에 원기를 회복하고 재충전하는 기회를 주는 거예요.
쉴 때는 쉬어줘야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거죠.

소-
그건 그래요...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은 당장은 일 잘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하루 이틀 일하고 말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주~욱 해야 하는 일인데...피로가 누적되면...
아무래도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죠.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창의성 있는 아이디어가 샘 솟고
의욕도 생겨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 아닙니까?
하지만...또 너무 오래 쉬어도....일이 손에 잘 안잡히고...
그 것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해요.

최-
하지만...사람은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는 거 아닌가요?
직장에서 그렇게까지 배려해 준다면
사기가 충천해서...애사심도 생기고...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거예요...뭘 알기나 하셔야지...

소-
그렇다고 치고...
오늘의 얘기나 풀어 주세요.

최-
네, 설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열심히 일하신 분들도 많으십니다.
조그마한 자영업을 하는 고길동씨는
음력 섣달 그믐날...
서둘러 가게 문을 닫고 본가가 있는 포천으로 떠났습니다.
가는 길은 소통이 원활해서 아주 기분 좋은 드라이브를 즐겼는데...
문제는 설날 아침...
떡국 한 그릇을 비우고 조상님 묘의 눈을 쓸어내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 가는 길이었습니다.

소-
고길동씨의 본가는 그 유명한 광릉 수목원 근처라서...
수목원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하며...일동 구리간 국도로 접어 들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그 길은 도시 외곽순환고속도로로 연결돼 있어서...
막히지만 않으면..참 환상적인 길입니다.
어제도 잠깐 말씀 드렸지만....
녹두전이랑...만두랑...소주를 양껏 먹었던 고길동씨는....
갑자기...몸을 배배꼬기 시작하더니....
이내..식은 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합니다.
과식해서 배탈이 났던 겁니다.

최-
막히는 길위에서 배탈이 나면...그것처럼 황당한 일은 또 없습니다.
고길동씨....성질은 정말 고약하지만....법이란 법은 하나도 어길 줄 모르는
그야말로 '바른생활 사나이'의 전형적인 사람입니다.
생긴 것도 불쌍하게 삐삐 말라비틀어진 고길동씨로서는
얼굴에 화색이 잠깐 돌다가 또 금세 하얗게 질리는....
참으로 눈 뜨고 봐 줄 수가 없는 처참한 형국이었습니다.
인간의 인내력으로서는
더 이상 참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듯 해보였습니다.
고길동씨...그래도 뇌는 있어가지고...잔꾀를 내기 시작합니다.
배부분의 신경을 다른 데로 돌려야 겠다고 생각한 고길동씨...
갑자기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니만....
사정없이 손가락을 물어 뜯기 시작합니다.

소-
그러니까...일종의 교란작전 같은 것이었어요.
왜 적진영을 공격할 때
동쪽을 공격하고 싶으면...괜히 서쪽을 찔러 봄으로써...
적군의 관심이 그 곳으로 쏠렸을 때 목적을 달성하는 작전 같은 거요.
그런데...자신의 복통과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던 고길동씨는
계속 자신을 괴롭히던 복통을 까맣게 잊은 듯
갑자기 눈이 이글거리면서....그렇지 않아도 양옆으로 치켜 올라간 눈을
최대한 가늘고 날카롭게 찢어 올립니다.

최-
누군가 고길동씨의 고약한 심뽀를 건들린 거죠....
그렇지 않아도 사투를 벌여가며...준법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고길동씨의 자동차 옆을 쏜 살 같이 달려가는 차들이 있었으니...
바로 갓길을 달리는 얌체족들이었습니다.
고길동씨라고 해서 갓길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잘 못하면...예쁜 마누라와 ....철이 들만큼 든 딸 난난이 앞에서
고약한 냄새를 충겨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없이 처량하고 나약한 인간도 법을 지키고 있는데....
\"갓길로 쌩쌩 달려가는 저 인간들은 도대체...어떤 인간들이란 말이냐...?\"
고길동씨는 도무지 용서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소-
사실 얌체족들이라고 해서 특별한 종족은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나오는
징그러운 형상을 한 저그족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푸른색의 피를 가진 외계인처럼 생긴 종족도 아닙니다.
그저 고길동씨나 다름없이 누루튀튀한 얼굴색을 가진
전형적인 몽골족 계통의 한국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그 얌체족들은 양심을 시궁창에 내던지고....
지극히 뻔뻔스러움으로 중무장한 채...
저렇게 갓길을 달리고 있다고 생각한 고길동씨는
...자신이 희생을 해서라도....반드시 드디어 응징을 하고야 말겠다는
집념을 다지고 있었더랬습니다.

최-
고길동씨가...그런 모습을....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갑자기 눈이 이글거리면서....그렇지 않아도 양옆으로 치켜 올라간 눈을
최대한 가늘고 날카롭게 찢어 올리는 모습을 보면...
본디...고지식한 양반의 피가 흐르는 고길동의 아내는
몹시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저 인간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일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몸을 배배꼬며...누렇게 떠서 있는 힘껏 손가락을 깨물며
기행을 보이던 저 고길동이가
갑자기 전의에 불타서 일을 치를 기세였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고길동씨가 몹시 화가 나면...일단 얼굴이 붉어지면서
콧구멍이 최대한 팽창해서...커다란 동굴 두개가 있는대로...출구를 열고
심하게 벌렁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고길동의 아내는 고길동씨가...일단 코를 벌렁거리면...
최대한 낮은 자세로 포복을 한다고 합니다.

소-
그렇다고 고길동씨도 자신의 그런 성격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 못된 성질 때문에...분풀이를 하다가 피를 보거나....
세간살이를 부수어 온게...돈으로 치면 한 두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만화 같은 걸 보면...
부부싸움하는 집의 창밖으로...TV나...밥솥...라디오...이런게
막 날아 다니는 그런 집인가 봅니다.
하지만...고길동씨는 적어도 자신은 양심대로만 산다고
무지하게 자부심을 갖고...자신이 인류를 구원할 희생양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터였습니다.
고길동씨는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저런 얌체족들은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이미...각오를 다진 듯 해보였습니다.

최-
고길동씨는 갑자기....
차마 입에 옮겨 담을 수 없는 육두문자를 마구 날려 대더니
자동차의 핸들을 우측으로 꺽으려고 몸을 비틀어댑니다.
고길동씨의 아내는 굉장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고길동의 코가 심하게 벌렁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내는 불행을 막기 위해 몸을 던져 저지하기 시작합니다.
자동차를 우측으로 틀려고 한 것은
그의 자동차로..갓길 얌체족들의 차를 막아보려는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 인간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라고 생각한 그의 아내는...
"싫어~! 싫어~!"하며 단발마 같은 비명을 지르며
자동차의 핸들을 움켜 쥐었습니다.

소-
다행히 고길동씨는 겉으로만...과장된 액션만 하는 선에서...
분을 가라앉히는 쪽을 택했습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목숨이 아깝기는 했거든요.
고길동의 말대로라면....
자신의 목숨 보다는 사랑하는 아내와 예쁜 딸을 아끼는 마음 때문에
애써 참았다고 합니다.
그런데...갑자기...꽉 막혀 있던 도로가 조금씩 뚤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어느 순간...갓길이 끝나는 모양입니다.
갓길로 달리던 차량들이 왼쪽 차로로 다시 끼어 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자...고길동의 눈은 다시 광채를 내기 시작합니다.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그 때 고길동의 눈에선 살벌한 푸른 빛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고 합니다.

최-
고길동씨는 갓길 끝지점에서 끼어드는 차량들을
절대로 끼어주지 않겠다는 집념을 불사르며....
"내가 끼어주면....성을 간다 성을 갈어"이런 말도 했다고 합니다.
문제의 갓길 끝지점에 이르자...
내심 몹시 불안하던 아내가...고길동씨를 달래기 시작합니다.
"여봉~ 뭐가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잉?
그냥 양보해 줍시다~앙
괜히 그러다가 차가 찌그러지면 워떡해~앵"
하면서 애교도 떨어봅니다.

소-
문제 드리겠습니다.
오늘 답이 뭐지요는
정체가 심한 길에서 갓길로 달려온 얌체족의 자동차가
갓길에서 다시 끼어들려고 하면
당신이 고길동씨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흥~ 어림없어...양보해 주는 사람은 이 땅의 정의구현을 외면하는
얌체족과 똑 같은 사람이야....
난...저런 얌체족 같은 돌연변이의 족속들이....
다시는 그런 못된짓 하지 못하도록....절대 양보 못해..."
하면서 경적을 크게 울리면서 양보하지 않으실 건가요?

최-
아니면....
"몹시 급한 일이 있을 수 있을 거야.....
혹시...부모님이 위독하시거나....몸이 아픈 사람이 차에 타고 있다면....
그리고... 운명이 걸려있는 중요한 약속이 있을 수도 있잖아.."
하면서....
그래...들어가라 들어가...하면서...
조금은 못마땅하지만...양보해 주실런지요?

소-
여러분의 현명한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번호는....



20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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