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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밤길에 모르는 사람이 차를 태워 달라고 할 때
lakemoon  2003-03-06 18:36:08, VIEW : 3,137
소-
세상에 마음씨 좋기로 소문난
남원골 출신 이몽롱 총각은 한양생활 5년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3년 할부로 예쁜 자동차 한 대를 구입했습니다.
이몽롱 총각은 그 날의 감격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새로 뽑은 자동차 앞에다
돼지머리 대신 삼겹살 몇 조각과 막걸리 한 통을 놓고
그의 사랑하는 여인인 성난향 아가씨와 함께
사고없이 잘 타게 해달라고 고사까지 올리고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둘 만의 호젓한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최-
그런데...문제는
하염없이 마음씨만 좋은 이몽롱군의 박애주의 정신에서 시작됩니다.
참고로 이몽롱군은
예전에도 친구면 친구....동료면 동료에게....늘 베풀기만 하다가
되돌려 받은 건 하나도 없고...
그 때문에 진 빚을 갚느라
2년동안 제대로 먹고 제대로 입지도 못하면서 고생을 해 왔습니다.
그의 애인인 성난향양은 그런 남자친구가
한 편으론 불쌍하고
한 편으론 답답하고
또 한 편으론 마음에 들기도 해서
옆에서 인간을 만들어야 겠다고 굳게 다짐을 했답니다.
동네 길거리에서
삼겹살 몇점과 막걸리 한 통을 놓고 뭐 고사를 지낸다 어쩐다고
이몽롱군이 수선을 떨 때
그래도 교양이 넘친다고 자처하는 성난향양은
요즘 세상에 이게 무슨 미신이냐고 투덜거리면서.....
무지하게 부끄러운 얼굴을 두손으로 가려 가면서....
이몽롱군의 그 이상한 의식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새침떼기 성난향양이 그래도 끝까지 옆에서 지키고 서있었던 것은
그 의식이 끝나면 맛보게 될
꿈같은 여행 때문이었죠.
고생끝에 낙이 온다고
여행 보따리 바리바리 싸가지고...
버스타고....열차타고.....터덜 터덜 걸으면서...
여행이 아니고 고행을 다니곤 했었는데
이제는 남들처럼
애인이 운전하는 예쁜 자동차를 타고....
공주처럼 여행을 할 생각을 하니
가슴에서는 울컥 어떤 감동덩어리 같은 것이 올라 오려고 해서
애써 누르고 있었더랬습니다.

소-
하지만...
천하에 착하기로 소문난 이몽롱군이라고 해서
남들이 자신을 불쌍하고 답답해 한다는 걸 모를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그런 그도 원숭이보다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몽롱군은
항상 세상에 치이고 뜯기면서도 주장하는 것은
'이게 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루 이틀 살 것도 아닌데
언젠가는 모두 복이 돼서 돌아 온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몽롱군의 이러한 생각이 맞았는지
동네 어귀에서 하는 과일가게엔 손님이 항상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장사가 잘 돼서
이번에 예쁜 자동차도 하나 장만할 수 있었던 겁니다.
자동차를 보자...
아들 하나 잘 되길 믿고 고향에서 고생하시는
늙으신 부모님 얼굴도 떠오르고
이제까지....옆에서 꼼꼼히 챙겨주며 자신을 도와준
여자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 왔습니다.

최-
밀물처럼 밀려오면 뭐합니까?
이몽롱군의 그 못말리는 인간애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걸요.
어쨋든 성난향양은 가슴 밑바닥의 묵직한 불안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채로
이몽롱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올라탔습니다.
때 마침 내린 눈으로 세상은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설경처럼 아름답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우리의 성난향양은
그동안 마음 졸이며 이몽룡을 지켜온 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도 하면서
차창밖에 펼쳐진 설경을 만끽했습니다.
그러면서
운전하고 있는 이몽룡군의 손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올려 놓기도 했습니다.

소-
어느새 날은 어두워지고...
자동차는 어느덧 대관령을 넘어
호젓한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인가하나 없는 외진 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때 마침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임재범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가
성난향양의 가슴속에 깊이 파고 들고 있다고 느낄 때쯤...
멀리서...남여 한쌍이 엄지 손가락을 세워들고....
태워달라는 신호를 애절하게 보내오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이몽룡이 누굽니까?
자신이 좀 배고파도 남 굶는 걸 눈뜨고 못보는 성격에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차를 세우려고 시도 하는 찰라....
옆자리에 있던...성난향양에게...무서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차를 세우려면....
"쟤네들 태우고...나는 여기서 그냥 내려줘...
나 그냥 서울로 돌아갈래...그런 식으로 잘 먹고 잘 살아..."
아, 이러는 겁니다.

최-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어둡고 한적한 강원도 해안도로에서....
누군지 모를 사람들을 태워준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만약에
처지가 딱하다고 태워준 그 사람들이 갑자기 무기라도 들이대면서...
"있는 거 다 내놔...이러면서..
강도로 돌변하지 않을 거라고...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성난향양은
난생 최초의 황홀한 여행을 해치는 그 남녀와
대책없이 착한 이모롱군에게
무한한 적개심을 느끼며....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신경질로
그냥 지나치기를 강요했습니다.

소-
하지만
단군의 자손 이몽롱군은
홍익인간을 몸소 실천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자동차를 세우고...그 남녀를 자동차에 태웁니다.
자그마한 소도시를 지날때쯤....
그 남녀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어둠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그런데...
이몽롱군이 걱정했던 일이 이제부터 벌어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남녀가 내리자마자...자신도 내리겠다고 난리를 핍니다.

최-
성난향양은 그 길로...택시를 타고...
서울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 생각없이 사는 이몽롱군에게...
자신의 평생을 믿고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 이후...성난향양은
다시는 이몽롱군을 만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몽롱군이 찾아오면....
파출소에 전화를 해서..쫓아 버리기 까지 하다가...
얼마 뒤....자취도 없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마 이몽롱군은 성난향양이 외계인에게 납치돼 갔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소-
하지만...이몽롱군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성난향양이 말죽거리에서 왕십리로 이사했다는 것과...
나이가 서른이 다 돼도록...
혼자 방바닥만 긁고 있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몽롱군은 아무 연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경기방송 가요쇼에
'답이 뭐지요'란 시간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어둡고 한적한 길에서...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사람들이
자동차에 태워 달라고 하면...
차를 세워서 태워 주실런지요.
아니면
혹시 끔찍하고 불행한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조금 미안하지만...그냥 지나치실런지요...
그리고..
성난향양의 마음을 이해하실 수 있으신지요?
아니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전화번호는....



200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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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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